"보궐선거 없다"는 오만함의 극치
'대란대치'원한다면 보선 협조를

피선거권. 누구나 선거에서 당선자가 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선거권 상실 등 특별한 흠결이 없다면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다. 홍 지사는 40세 이상이며, 선거일 현재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했기에 대선에 나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사직을 그만두고 대선에 나가는 것은 본인의 뜻이기에 왈가왈부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 한 발 더 나아가, 그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 수수 혐의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도 딴죽을 걸 마음은 없다. 검찰이 홍 지사가 1억 원을 받았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그가 무죄 판결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사직 중도 사퇴나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을 다 이해한다 해도 '내가 대선에 나가도 도지사 보궐선거는 없다'는 뻔뻔한 꼼수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도지사로 선출된 이래 진주의료원 폐원과 무상급식 폐지, 도의원을 향한 개돼지나 쓰레기 발언 등 그동안 홍 지사가 보인 온갖 행태를 돌아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 없다'는 그의 안하무인은 도민이 이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버렸다. 본인의 피선거권만 중요하지, 도민의 선거권은 묵살해도 된다는 오만함만 가득하다.

결국 이는 대선에 출마하려면 도의회 의장에게 10일 전까지 서면 사직서를 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을 어기면서까지 본인의 피선거권만 누리려는 아주 이기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양심이라곤 모르는 사람이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대선에서 떨어지면 내년 다시 도지사 선거에 나오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한다.

도민이 안중에 없기는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선거 유·불리만 계산해 홍 지사 뒤에 숨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이 이번 대선에서 도민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장미 대선도 '피의자 박근혜'가 몸담은 한국당 때문 아닌가? 그런 대선에 출마한 자당 후보가 몸을 낮추기는커녕 출발부터 법을 어기는 꼼수를 부리는 홍준표라니 한심하다 못해 찌질하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대선후보 지지도나 적합도 등을 보면 홍 지사가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물론 대선 일이 한 달 이상 남아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예단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홍 지사의 대권 성공을 상상하기란 무리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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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크게 흔들어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는 모택동의 대란대치(大亂大治)를 인용해 대선에 나선 홍 지사다. 더구나 보수진영 후보 중에서는 지지율이 높아 다시 도지사로 유턴하기는 쉽지 않다. 당부하건대 도민에게 애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대선 후보로서 도민 지지가 필요하다면 도지사 보궐선거가 장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도록 협조해야 한다. 그게 홍 지사가 욕을 덜 먹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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