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픈 갈망 훔친 그대들
콘텐츠영향력 지수 2위
나영석 PD 능력 또 입증
목표 '일하고 나서 논다'
현대인 목마름 적극 활용

온전히 맑은 하늘을 본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까끌거리는 목을 붙들고 피곤한 하루를 정리할 때쯤 외치고 싶다.

"아! 떠나고 싶다."

파란 하늘과 더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다.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현실과 달리 눈이 시린 여름이 주는 자유분방함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따지고 보면 또다시 여행과 요리의 조합이다.

새 예능 프로그램의 시작과 함께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던 나영석 PD가 이번에 부린 마법은 유독 심상치가 않다.

tvN <윤식당>(금 밤 9시 20분)이 방영 2회 만에 시청률이 10%에 육박했다.

4일 CJ E&M과 닐슨코리아의 3월 넷째 주(3월 20~26일) 콘텐츠영향력지수(CPI) 집계에서 <윤식당>이 2위로 차트에 새롭게 진입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어느 섬에 차려진 작은 한식당. 그곳에서 출연진은 자신들이 먹고 즐기는 요리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요리를 한다.

멤버들은 출국 전 이원일 셰프와 홍석천에게 한식 요리 비법과 식당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매주 금요일 방영되는 〈윤식당〉에 출연하는 구성원 모습. 왼쪽부터 배우 신구, 정유미, 윤여정, 이서진. /스틸컷

그렇게 해서 탄생한 메뉴는 불고기를 곁들인 밥, 빵, 당면 등 딱 세 가지다.

테이블이 고작 4개인 작은 식당이다. 하지만 해변으로 이어진 선베드는 이국의 풍경을 극대화한다.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가격을 조율하는 등 식당을 열기 전부터 따라다닌 카메라 덕에 시청자들 역시 개업 전날 사장님과 직원의 걱정과 기대 섞인 대화에 한껏 몰입된다.

주문받고 요리하고 음식을 내주는 단순한 과정은 손님마다 다른 주문에 따라 '미션 클리어' 를 지켜보는 것 같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첫 주문을 애타게 기다리는가 싶더니 불고기 1인분에서 2인분, 5인분으로 늘어갈 때마다 사장과 주방보조, 서빙하는 자의 고군분투에 눈을 뗄 수 없다.

식당'업'이 얼마나 고된지, 특히 요즘 같은 때 식당을 하며 먹고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잠시 잊은 채 이 낭만적인 '윤식당'에 한껏 빠져든다.

생업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아야 하는 출연진이 보여주는 최선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설렘과 긴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나 PD의 섭외력은 절정에 이르렀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전혀 없는 정유미를 정점으로 윤여정, 나 PD의 페르소나 이서진, 그리고 마지막에 합류한 신구의 조합은 전 세대를 아우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뜬금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윤식당을 찾는 손님들이다.

한식당이라는 소개에 김치, 김치찌개, 김치볶음밥을 열거하다가도 흘러나오는 음악에 리듬을 타는 푸른 눈의 손님, 버거에 이어 한국식 믹스 커피 맛에 반응하는 남자의 모습은 흥미롭다.

프랑스인 가족의 식사 풍경을 살짝 엿보기도 하고, 정유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일본인 남자와 그와 동행한 여인 등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나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윤식당> 멤버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논다. 현실적으로 꿈꾸기 어려운 구조다. 현실적으로 힘드니 방송에서 시도해보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라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일상으로 포장된 판타지는 그저 신기루가 아닌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낯선 이국땅에서 실전으로 펼쳐지는 윤식당 영업은 바쁘고 팍팍한 현대인의 알 수 없는 갈망과 판타지를 제대로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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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CJ E&M 7개 채널(tvN·Mnet·OCN·온스타일·OtvN·올리브·XTM)에서 프라임 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기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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