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통령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1600만의 촛불', 이어진 대통령 탄핵과 구속의 결과물이 이번 19대 대선이다. '촛불 민심'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켜켜이 쌓여 온 폐단(弊端)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이른바 '적폐 청산'이다. 너무나도 또렷한 명제다. 이념과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모든 것이 바로 선 나라'를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이번 대선의 결과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대선판을 주도하는 정치권과 언론은 지난겨울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국민적 요구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선 판도를 '시계 제로'로 끌고 가고 있다. 역대 대선과 출발점부터 다르지만 판세를 풀어내는 과정이 수상하다.

한 달이면 몇 번이고 출렁이면서 판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앵무새처럼 떠든다. 비교적 결집력이 약한 보수성향의 중도층 표심 향방, 후보 단일화,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 안보 이슈 등 역대 대선의 단골 메뉴를 모조리 꺼내놓고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언론은 극히 제한적인 민심의 결과물인 여론조사 수치를 근거로 양자 구도, 양강 대결을 연일 외치고 있다. 여론조사의 신빙성이 과학적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에서 빗나간 경우도 있다. '여론은 움직인다'는 말처럼 아직 대선 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심지어 지난 총선에서 출구조사마저 틀린 적이 있다. 언론의 사명은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제대로 된 후보인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검증하고 이것을 유권자인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게임이 선거다. 이기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불·탈법이라도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다. 벌써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 나르는 이른바 '네거티브 공방'이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찾아내 치명상을 입혀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인데 식상하다. '우리는 네거티브 않겠다'고 선언하는 용기 있는 대선 후보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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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만들어준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과 달라야 한다. 좀 더디게 가더라도 바르게 가는 길을 찾고, 잘못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드러내 용서를 비는 용기 있는 행동을 찾아야 한다. 유권자는 케케묵은 이분법적 이념 논쟁, 지역구도, 세대 간 갈등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는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후보가 누구인지 자세히 들여다볼 책무가 있다. '적폐 청산'이라는 절대 명제를 실천하고 올바른 미래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희망 대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불행한 나라의 국민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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