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받은 대안교육 혁신학교 밑거름 돼
새 정부 종합발전방안 수립하기 바란다

지난 8일 토요일 대전 건신대학원대학교에서 ‘전국 대안교육 특성화중·고등학교협의회’ 정기총회와 ‘대안교육 특성화학교의 과거-현재-미래’ 포럼이 열렸다. 1995년 전후부터 싹튼 한국 대안교육운동 20년을 회고하며 초창기 선배들의 그 외롭고 고독한 길을 회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획일화된 입시위주 교육에 가위눌린 아이들이 한 해에 6∼7만여 명이 학교 밖으로 나오고 청소년 자살이 매년 300여 명에 이르렀다. 그 시절 ‘새로운 학교가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나섰던 교육부 관료와 학교 현장 실천가들의 결단과 용기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2017년 현재 정부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 65개 중에서 대안교육 특성화중·고가 39개, 각종학교로서 대안중·고가 26개다. 또 교육부 통계에 나타난 미인가 대안학교가 185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인가 대안학교까지 모두 합하면 현재 한국의 대안학교는 300여 개 정도이며, 여기서 약 1만 6천여 명의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대안학교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고 다양하여 쉽게 규정하기 어렵지만, 좁은 의미로 보면 대안학교는 학교 부적응이나 학교 중단 학생을 구제하는 ‘격리학교’ 기능을 수행하는 학교다. 한편 넓은 의미로 보면 대안학교는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새로운 학교’다. 근대 학교의 구조적 모순이 아이들을 힘들게 했다는 점을 깊이 성찰하고, 아이들을 탓할 게 아니라 먼저 학교를 새롭게 바꾸자는 관점이다.

어쨌든 대안학교는 지금까지 위의 두 가지 관점이 상호작용하면서 한국사회의 교육개혁을 선도하고 공교육의 변화를 견인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가받은 대안교육 특성화중·고등학교는 ‘혁신학교’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대안학교는 공교육을 살리는 ‘희망 징검돌’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초중등교육법 제60조 3에 근거한 ‘각종학교 대안학교’가 생겨나면서 실제 등록금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귀족학교’도 하나 둘 생겨났다. 게다가 인가받은 대안학교와 미(비)인가 대안학교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대안교육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가받은 대안학교들은 ‘대안적인 삶’을 추구했던 초창기의 가치와 철학을 잊고 제도권 안에서 특혜를 누리며 야성을 잃은 ‘귀족학교’로 전락하고 있다는 냉혹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물론 준거집단에 따라서 상황은 달라진다. 인가받은 대안학교는 제도권 내의 다른 일반학교에 비하면 또 설움이 많다. 가령, 아직도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의 정체성과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그 한 가지 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때 ‘고교체제 개편’ 정책을 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2010년 6월 교육부는 <대안교육 종합 발전방안>을 수립을 위해서 대안교육 관련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전담 T/F팀을 구성·운영하며, 대안교육 정책자문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끝난 지금까지도 이 계획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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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함께 머리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미(비)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방안 찾기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이때도 학교운영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한다는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말이다. 곧 출범할 새 정부에 간곡하게 바란다. 하루빨리 <대안교육 종합 발전방안>을 수립해주길 바란다. 그리하여 한국의 대안학교들이 다시 20년, 30년 뒤의 미래를 옹골차게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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