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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으로]SBS <귓속말>

'방위산업 비리'소재
주인공 단서 찾지만
협박 당해 스스로 태워
<펀치>, <추적자> 쓴 작가
날 선 눈으로 사회 비춰

2017년 04월 13일(목)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방산비리 관련 서류 '방탄복 성능 심사표'가 불태워졌다.

강직한 언론인의 사투와 죽음, 그리고 방산비리와 거대 로펌의 개입, 탐욕스러운 병원장과 사랑 때문에 부모와 대립하는 남녀 등을 아우르며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이 6회를 기점으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방산비리를 캐던 기자는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그와 함께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다 해직된 기자 신창호(강신일)는 동료 기자를 죽인 혐의로 교도소에 갇혔다.

살인자로 몰린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고 딸 영주(이보영)는 모든 것을 걸었고 끝내 방산비리 관련 서류를 찾았다.

주인공 영주는 살인자로 몰린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고 방산비리 관련 서류를 찾아내지만 협박에 못이겨 없애기로 결심한다. /캡처

"피해자가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세상. 그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불법과 손잡아야 하는 세상, 내가 만들었나요?"

하지만 아버지의 목숨을 상대로 흥정하는 상대의 협박에 영주는 결국 서류를 불태우며 눈물을 흘린다.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판사 이동준(이상윤). "보이는 증거는 외면하지 않겠다"던 강직한 판사를 세상은 가만두지 않았다. 타협하지 않았던 대가는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권력이다. 동준은 끝내 불의와 타협한다.

"세월이 가르치고 세상이 길들여주겠지. 악은 성실하다.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지 않으며 박탈하는 거, 그게 자네가 할 일이야."

한 번의 타협이 그에게는 평생 지우지 못할 죄책감으로 자리한다.

이 모든 사건의 시작에는 거대한 로펌 태백과 방위산업체 보국산업이 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 최일환(김갑수). 아버지는 강유택(김홍파) 집안에 대대로 이어온 소작농이었다. 사법시험에 합격, 변호사가 되고서 지주의 아들 유택은 법률회사 설립을 제안한다. 수백 년 이어온 주종관계가 거래 관계로 바뀐 것. 30년이 흐른 지금 일환은 법의 장막 뒤에 숨은 배후의 권력자가 되어 있지만 유택 앞에서 왠지 주눅이 든다. 그런 자신이 못마땅하던 중 딸 수연(박세영)이 유택의 아들 강정일(권율)과 결혼을 원하자 분노가 폭발한다.

한 해 농사의 7할을 갖다 바쳤던 할아버지, 평생 일군 염전을 모두 빼앗겼던 아버지처럼, 자신도 평생 일군 태백을 강유택의 아들에게 넘길 수는 없다.

그때 일어난 살인사건! 일환은 법적 해결을 조건으로 강유택의 지분을 넘겨받고, 태백 내에서 신망을 얻은 강정일에 맞설 두뇌와 배포를 지닌 판사 이동준을 사위로 맞는다.

"자꾸 마음을 바꾸니까 세상이 바뀌지 않는 거야."

방위산업체 보국산업이 만든 방탄복 및 납품 리스트 서류가 불에 타는 모습. /캡처

매번 선택이다.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누군가는 그 책임을 권력과 힘으로 외면하고 누군가는 그 선택으로 괴로워하고 누군가는 고스란히 떠안는다.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적폐는 현재를 장악하고 소신을 지키고 살았던 사람들마저 그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펀치> <추적자>의 박경수 작가는 여전히 현실에 대한 날 선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개인의 소신과 신념이 권력 앞에서 어떻게 무력화되는지, 제대로 끊어내지 못한 적폐의 고리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되돌아오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좌절의 연속이다.

하지만 소신을 놓지 못하는 이들의 약하지만 강력한 분노가 어떤 희망의 '귓속말'로 되돌아올지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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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정 기자

    • 최규정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일합니다. 영화와 대중문화, 여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