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플랜 땐 줄도산에 경제 타격"
협력사·지역 정치계 지원 호소
국민연금 채무재조정 수용 촉구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이 국민연금공단 등 회사채 보유 기관의 부정적 기류로 난항을 겪자 거제 지역사회와 사내·외 협력사들이 다급해졌다. 13일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있는 전북 전주를 찾은 거제시장, 긴급 기자회견을 한 현역 국회의원과 시민, 채권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원을 호소한 협력회사 관계자, 이 모두에게서 대우조선해양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이 엿보였다.

◇조선해양기자재업체 동분서주 = 가장 다급해진 곳은 도산 여부가 달린 경남·부산지역 조선해양기자재업체다. 대우조선해양 사외협력사 모임인 '대우조선해양 글로벌 탑 협력회(회원사 127개사)'와 사내 협력사 협의회(137개사) 소속 대표 60여 명이 12·13일 이틀간 회사채·기업어음(CP) 보유기관을 차례대로 찾아갔다. 지난 12일에는 국민연금공단·사학연금공단·우정사업본부·신협중앙회 등을 방문했고, 13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달라고 호소하고 기자회견도 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단기 기업회생절차인 P-플랜(Pre-packaged Plan)을 밟으면 1300여 협력사 중 상당수가 문을 닫아 국내 조선해양기자재산업 생태계 궤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안을 수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최금식(선부공업 대표이사) 대우조선해양 글로벌 탑 협력회장은 "STX조선해양이 2∼3개월 치 납품대금을 주지 않은 채 지난해 5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100여 개 조선기자재업체가 파산했다"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자재업체도 무척 어렵다. 각 조선소 물량은 50% 이상 줄었고 납품 단가는 20%가량 내려갔다. 원자재(강재 등) 가격까지 올 들어 30% 올랐다. 오는 6월이면 우리 회사도 8개 공장 중 4개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기자재업체가 처한 현실을 얘기했다.

이어 최 회장은 "만약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면 당장 자금이 한두 달 묶인다"며 "최근 몇 년간 버틸 만큼 버틴 상황이라 담보 잡을 것도 거의 없어 한두 달만 납품대금을 못 받아도 자재비와 인건비를 못 줘 쓰러질 업체가 태반이다. 기자재업체가 줄도산하면 살아남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도 질 좋은 기자재 공급이 어려워 한국 조선해양산업 전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대표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 수용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제시장 국민연금공단행, 김한표 의원 기자회견 = 권민호 거제시장도 이날 오전 급히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사를 찾아 P-플랜 돌입을 우려하는 거제 시민의 목소리를 전했다. 권 시장은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은 한 기업만이 아닌 수많은 기자재업체와 협력사 임직원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또한, 대우조선의 급격한 구조조정은 거제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김한표(자유한국당·거제시) 의원은 시민 150여 명과 함께 대우조선 거제 옥포조선소 남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P-플랜 혹은 기업회생절차 돌입은 자율적인 구조조정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상당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대우조선이 무너지면 5만여 근로자가 실직하고 1000여 개 협력사의 연쇄 도산으로 경남·전남·부산 등의 경기 한파가 이어져 국가 경제로도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우조선 측은 P-플랜이 현실화되면 13일 현재 수주잔량 111척 중 선주사가 계약해지를 결정할 수 있는 선박이 90척 안팎이며 이 중 취소(선수금 환급 요청·RG콜) 가능성이 큰 선박은 40여 척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공단 "14일까지 결정할 것" = 대우조선은 1조 3500억 원에 이르는 회사채 채무 재조정을 하고자 오는 17·18일 잇따라 사채권자 집회를 연다. 국민연금은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 3500억 원 중 30%가량인 3887억 원을 갖고 있고, 오는 21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 원 중 2000억 원(45.5%)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할지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과 신규 자금 투입 성공 여부가 달렸다. 국민연금은 14일까지 내부 논의 결과를 밝히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무담보채권액 7000억 원을 보유한 시중은행은 80% 출자 전환과 나머지 분할 상환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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