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기대론에 홍 감싸는 고향민 소수
'좌파 프레임'수긍할 국민 누가 있을까

창녕군 남지읍 학계리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부친 산소가 있다. 조부모 산소는 부친 산소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모친 산소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영아지에 있다. 홍 후보는 지난 10일 부모 산소에 들러 참배하고 대선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에 창녕 남지에서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홍 후보가 부모 산소 참배하러 오는 날 '좌파 세력'이 산소에 들이닥쳐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그래서 홍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 중 몇몇이 조부모와 부모 산소 앞을 지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조부모 산소가 명당 자리라서 대선을 앞두고 훼손돼선 안 된다는 부연 설명도 함께 들렸다.

어떤 이에게 이 소문을 말했더니 "지금 분위기에서 홍 후보가 부모 산소에 가든지 말든지 관심 두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비웃었다. 그랬다. 홍 후보는 이미 경남도지사로서 인심을 잃었다. 또 추락할대로 추락한 자유한국당의, 그것도 지지율 10% 미만 대선 후보이니 현재 시대 흐름에서는 조명받지 못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남지 사람들이 홍 후보를 걱정한 까닭은, 아마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없애려고 '꼼수 사퇴'를 하는 홍 후보를 질책하는 여론이 커지니 두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론 남지에서 어쩌면 대통령이 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홍 후보 추앙 행동 결의로까지 비약됐을 것이다.

지난 13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홍 후보는 좌파 프레임을 펼쳐 국민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친북좌파'라고 칭하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강남좌파', 안철수 후보가 몸담은 국민의당을 '친북좌파 2중대'라고 일컬었다.

홍 후보는 평소 북핵, 남북, 외교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국민을 좌파와 우파로 갈라 항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보수표 얻기에 급급해 어쩔 수 없다 쳐도 '정치 9단'이란 별명까지 얻은 천하의 홍 후보가 유불리에 따라 조삼모사 정치를 하는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3일 창원 강연에서 "촛불 시위를 분석했을 때 대학생, 화이트칼라, 대졸 이상, 소득 500만 원 이상인 사람들 참여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다. 시대 흐름이 많이 변화해 왔다.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 민심에서 보았듯이 국민 의식과 정치 수준도 꽤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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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국민을 우파와 좌파로 갈라 분열을 일삼는 정치는 구태다. 남북 문제를 터무니없이 부정적으로 확장해 전쟁을 조장하는 정치는 치졸하다. 남북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안고 가야 할 가슴 아픈 숙명이다. 이런 남북 문제를 매번 선거 운동 도구로 악용하는 건 파렴치하다.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에게 질문을 받지 못한 홍 후보가 "제가 두렵긴 두려운가 봅니다. 아무도 질문을 안 하니"라고 말하는 모습은 '제발 나에게도 관심 좀 가져 달라'는 절규처럼 들렸다. 한물 간 낡은 정치에 귀기울일 국민이 10%나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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