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적폐 청산 논쟁으로 격돌했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이번 대선, 나아가 다음 정권의 핵심 의제로 당연시되던 적폐 청산이 뜻밖의 편가르기 논쟁을 만들어 냈다.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각 방송사 토론은 후보간 상대방과 차별성을 부각하는 정책토론보다 인신공격성 논쟁으로 변질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동 책임을 져야 할 정치세력을 적폐로 지칭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데 한정해서 적폐를 정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커녕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문 후보가 박 전 대통령과 함께하는 적폐세력을 적시한 것은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당내 경선에서 경쟁을 펼친 안희정 충남지사와는 달리 대연정을 주장한 것도 아닌데 안 후보를 향해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수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촛불집회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 중에 보수층도 상당히 있다. 그런데 이들을 자칫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국민 또는 특정 세력을 적폐냐 아니냐로 가르는 이분법적 잣대는 선거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 대표적 폐단인 불공정·불평등 문제는 지난 20년간 집권한 모든 정당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오히려 지금은 모든 정치세력들이 과거 정책에 문제가 있는 부분은 시인하고, 불공정·불평등 사회를 과연 끝장낼 수 있는지 답을 주는 것이 토론의 장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문 후보 측이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 선거 기조에 변화를 보이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적폐 청산 못지않게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중도·보수층 지지를 등에 업은 안 후보의 맹추격에 맞서 편 가르기와 대립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후보 측의 적폐 청산을 통해 과거를 바로잡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은 옳다. 모든 대선 후보들이 촛불정국의 민심을 세우면서도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해 적폐를 넘어 완전히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정책 대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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