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20일 앞두고 두 번째로 열린 KBS의 대선후보 토론방송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국민 절반가량이 같은 시간대 인기 프로그램들을 물리고 대선 토론회에 화면을 고정했으니 그 열기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대선 사상 최초의 스탠딩 토론 방식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국정철학이나 비전을 살펴보고 싶었던 국민의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토론회 규칙과 방식에 대한 각 후보 진영의 호불호 평가는 표 득실에 영향을 따라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연속극 대신 코미디 섞인 난투극을 보고 말았으니 득이 있을 리 없다. 시간 총량만 주고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열어놓은 것은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두 사람이 맞토론할 때 장점이 살아나지 5명이 한꺼번에 하게 되면 난장판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다 선두 주자는 당연히 집중포화를 맞고 후발 주자는 소외되게 마련이니 공정성이나 형평성이 확보되기 어렵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회자의 역할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는 점이다. 규칙도 엉성한데다 그나마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져도 사회자는 초시계 노릇만 했다. 특히 교육·경제·사회·문화를 주제로 하는 민생토론 과정에서는 일부 후보가 주제와 전혀 관계없는 질의로 시간을 허비해도 방치하여 토론회의 질을 떨어뜨렸다. 토론에서 해당 주제에 할애된 시간은 50분, 그중 11분 넘는 시간은 색깔론이나 의혹 제기, 비방성 발언이 오갔는데도 진행의 묘를 전혀 살리지 못했으니 기획의 부작용이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주권자인 국민의 눈초리는 매서울 수밖에 없다. 방송 토론회야말로 국민이 후보의 자질을 직접 검증할 유일한 기회다. 국민은 토론회를 통하여 국정이 혼란에 빠진 막중한 시기에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후보의 진실성, 책임감, 신뢰성, 용기와 신념, 그리고 정책수행능력을 알고 싶다. 남은 네 번의 토론회에서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도록 진행 규칙과 방식을 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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