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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익숙하게, 아늑한 문득 '동네 한 바퀴'

[만보기] (6) 창원시 의창구 의창동
20년 가까이 살아온 동네 추억·새로움 따라 산책
학교·향교·북동샘·신목 발길마다 옛이야기 가득
김종영 조각, 운치 더해

2017년 04월 21일(금)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산책이 시작됐다.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사는 동네, 창원시 의창구 의창동이다.

300m 가까이 걷자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2002년 9월 도계동으로 교사를 옮기기 전까지 창원중·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푸세식' 화장실, 교내 이발소 등 지금은 웬만해선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있는 학교였다. 근현대사 박물관 같은 느낌이었다.

창원중학교 건물 뒤로 지나가던 기차는 칼같이 시간을 지켰다. 듣기평가를 할 때면 어김없이 같은 시간, 같은 문항에서 기차가 지나갔다. 그땐 그냥 풀기를 포기해야 했다.

창원초등학교 입구.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는 옛 경남여자상업고등학교가 있었다. 경남여상은 봉곡동으로 옮겨 현재는 경남관광고등학교다. 옛 학교 터는 주민 여가생활 공간인 '의창스포츠파크'로 변했다. 체육관 건물은 그대로 남아 주민 체육관 등으로 쓰인다.

학교 세 곳이 이전하면서 주변 풍경도 많이 변했다. 등·하교 시간이나 점심때면 학교 주변이 학생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문방구, 서점, 분식집은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창원초등학교가 오랜 시간 터줏대감처럼 동네를 지키고 있다. 지난 1907년 창흥학교로 개교했으니, 올해로 110년이다.

창원향교. 왼쪽으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창원초교에서 창원향교 방향으로 향한다. 중간 즈음에 '북동샘'이 나온다. 옛 창원읍성에는 동헌 앞에 우샘, 향교 옆에 좌샘, 객사 앞에 북동샘, 남산 앞에 대밭샘이 있었다고 한다. 학교 확장, 철로 가설, 아파트 건축으로 세 샘이 사라지고 현재 북동샘만 남았다. 어떤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수질이 좋아 부임하는 부사마다 감탄했다는 북동샘은 주변 지형보다 낮은 곳에 있어 안내판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듯하다.

이번엔 창원향교. 고려 충렬왕 2년(1276년) 세웠다고 전해지나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1705년 조선 숙종 31년에 청룡산 아래, 현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자리했다.

하지만 '무를 숭상할 땅이지, 문을 숭상할 땅은 아니다'는 지적에 1748년 영조 24년에 다시 의창동으로 옮겨졌다.

향교는 교육과 제례 공간으로 나뉜다. 유생이 수학하는 명륜당과 기거하는 동·서재, 공자 등 위패를 모시는 대성전과 동·서무로 역할을 구분한다. 교육공간은 앞쪽에, 제례공간은 뒤쪽에 있는 전형적인 향교 배치 전학후묘(前學後廟)의 양식이다. 향교 정면 풍화루는 아래층이 출입문 역할이다. 위층은 유생 여가와 여름철 학습공간, 손님 접대공간으로 쓰였다고 한다.

풍화루 가까이 느티나무 한 그루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령 200년을 넘긴 '신목'이다. 안내판에 '가지를 꺾는 자는 신의 벌을 받는다 하여 수호신으로 추앙했다고 전해짐'이라 쓰여 있다.

김종영 생가 가까이 있는 현대식 건물. 외벽에 김종영 작품을 반영했다.

이어진 발걸음은 조각가 김종영 생가에서 머무른다. 일본 동경미술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해방 후에는 서울대 미대 교수를 지냈다. 1953년 런던 국제조각대회 출품을 시작으로 여러 국제전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특성은 생가 앞에 놓인 '작품 78-28'로 엿볼 수 있다. 인간 얼굴을 표현한 추상조각이다. 고즈넉한 생가 옆에 현대식 건물이 있는데, 외벽에 김종영 작품을 반영했다. '한국 현대 추상조각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뺐다면 더 운치 있었을 듯하다.

이 고택이 김종영 생가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학창 시절 김종영 생가 옆에서 친구들과 곧잘 어울렸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오늘은 내가 사는 동네 산책을 추천한다. 가까운 곳에 우연한 만남이 있다.

이날 걸은 거리 3㎞. 4279보.

조형물 '작품 78-28' 뒤로 보이는 고택이 조각가 김종영 생가다.
북동샘. 마르지 않고 수질이 좋아 부임하는 부사마다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산책길에서 만난 풍경. 기찻길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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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입니다.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