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일반인에 판매 안해"… 농민 "부당"비판

창녕 남지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양담배를 판매해 논란을 빚고 있다.

창녕군 남지읍에 사는 소비자 ㄱ 씨는 "남지농협하나로마트가 양담배를 팔고 있다. 농민을 위한 농협이 외제 담배를 팔면 되겠느냐"고 제보했다.

이에 지난 20일 남지농협하나로마트에 가 보니, 매장 입구 안내대에 양담배 판매 코너를 설치해놓고 양담배를 판매하고 있었다.

양담배 판매 코너에는 양담배를 판매하는 당위성도 크게 써붙여 놓았다. '저희 남지농협하나로마트에서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성인 소비자를 위해 양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인터내셔날 제품을 취급합니다.'

창녕 남지농협하나로마트에서 외제담배를 판매해 말썽을 빚고 있다. /이수경 기자

이 글귀 중 '양산공장'이란 글자는 빨간색으로 표시해 경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추교식 남지농협조합장은 "남지에는 시설하우스 영농 노동자와 공단 노동자들 중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이 양담배를 찾길래 판매 코너를 설치했다. 일반인들에겐 양담배를 아예 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추 조합장은 또 "농협에서 다문화대학을 4년간 운영하면서 60명가량 외국인들이 농협 회원으로 등록했다. 그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양담배 살 곳이 마땅찮다 해서 최근에 양담배를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녕지역 또다른 농협조합장은 "수입 품목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법칙은 없다. 하지만 농민 조직이니 수입품을 팔지 않는 게 도의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파인애플, 오렌지, 바나나 등 과일을 비롯해 양담배도 많이 대중화된 품목이다. 앞으로는 이런 품목 판매와 관련해 긍정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희용(자유한국당, 남지읍·길곡면·부곡면) 창녕군의원은 "농민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농협에서 양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도의적으론 좀 그렇다. 그러나 남지읍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보다 많아 하나로마트에서 그들을 위해 구색을 맞추려고 양담배를 파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견해가 다르다. 창녕군 유어면에 사는 한 농민은 "농민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농협이 수익을 더 많이 올리고자 외제 담배를 파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추 조합장은 "양담배 매출을 올리려고 양담배 코너를 두는 게 아니다. 또 양담배 수익은 농협 회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현재 수입 과일과 양담배 판매는 일반화 추세다. 하지만 지역 농민과 소비자들이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양담배 판매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사천농협과 곤명농협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합하나로마트도 양담배를 판매하다가 농민단체와 소비자 지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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