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스러운 거창국제연극제 이중개최
당사자 아닌 관객 시각으로 바라봐야

개인이든 조직이든 멀리 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눈앞의 상황에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고집을 하였다가 뒤에 낭패를 보는 사례가 어디 한둘이랴. 이번 거창국제연극제 이중개최 논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올해 거창국제연극제는 같은 기간에 주최가 다른 두 개의 연극제가 열리게 됐다. 하나는 29회째 맞는 국제연극제고 다른 하나는 올해 첫회로 개최하는 국제연극제다. 한 지역에서 왜 두 개의 유사한 행사가 열리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왜일까?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걸까? 그렇다면, 우려할 일도 아니겠다.

거창국제연극제의 이중개최를 두고 많은 연극인이 걱정하고 있다. 국제적 행사이긴 하나 경남에서 열리는 이유로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도 난처한 처지다. 올해 첫 연극제로 개최하는 거창문화재단 측에서 운영위원 참여를 권유해왔으나 분쟁 중인 상황에서 경남연극협회 집행부가 어느 한쪽을 협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거절했다. 연극의 발전과 연극인들의 친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협회가 오히려 뒷걸음을 쳐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올해 29회째를 맞는 거창국제연극제는 지역연극인들의 실험정신과 땀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1983년 지역 내 교사들이 극단 입체(대표 이종일)를 만들면서 연극 불모지였던 거창이 연극의 도시로 발판을 마련하게 됐고 이후 시월연극제, 전국연극제, 국제연극제로 발전시켜왔기에 지금의 위상을 갖출 수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거창군은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에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진흥회 내부 갈등으로 말미암은 고소와 고발, 임원 해임 등 심각한 집안싸움 때문에 연극제를 개최할 수 없다고 보고 군에서 직접 연극제를 열도록 의회가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엔 규모가 상당히 축소된 상황에서 진흥회 주최로 제28회 거창국제연극제를 개최해 명목을 이었다.

올해 행사를 앞두고 양측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졌다. 군은 올 2월 문화재단을 설립해 국제연극제개최를 준비했고 진흥회는 국비 성격을 띤 기금 1억 5000만 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진흥회 측은 민간 연극인들이 주도해 개최해 오던 거창국제연극제를 관이 강탈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재단은 거창연극제가 개인 또는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며 반박하고, 결국 이중 개최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시점에 누가 옳으니 그르니 하고 따지는 것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현수.jpg

모든 일이 그렇듯 갈등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느 시각으로 보아야 할까. 갈등의 당사자가 아닌 관계자, 즉 관객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멀리 볼 수 있고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해보자. 거창국제연극제의 이중개최는 옳지 않다. 그리고 그 위상과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양측이 깊이 고민하고 내년엔 바람직한 화합의 무대가 펼쳐지기를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