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김재경 의원이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했다. 2등이 없는 선거에서 특히나 절대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뽑는 대선에서 이기려고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늘 있었던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비쳐 그러려면 왜 분당을 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김 의원은 후보 단일화의 명분으로 안보론을 내세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안보·대북관을 비판만 해서는 안 되고, 홍준표·유승민 두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홍 후보에게 성사 여부가 달렸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단일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과 바른정당 내부에서 의도하는 바는 명백하다.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고, 자기당의 후보가 여론지지도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으니 보수 대연합이라 할 수 있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재집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이런 논리는 정치 공학적인 단순 셈법에 지나지 않는다. 유 후보가 토론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여론에서 밀리는 까닭 중 하나가 배반의 정치인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이며 돼지흥분제 파문까지 일으킨 홍 후보에게도 못 미치는 지지율이 그 방증이다.

바른정당과 소위 보수 세력이라고 표방하는 세력은 현재 대선 구도에서 1위를 하는 문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새누리당의 10년 통치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바탕에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집을 뛰쳐나왔다고 해서 다를 것이라고 신뢰를 줄 만큼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안보가 위태롭게 된 것 또한 새누리당과 기존 집권세력에 있다. 십 년 동안 북한 리스크를 잘 해결해 왔으면 오늘 같은 현실은 좀 더 발전적인 모양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확실한 대안부터 제시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빨간 색칠을 해놓고 그 세력이 집권해서는 안 되니 후보 단일화를 하라고 윽박지르는 모양새는 자기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이며 집을 나온 명분도 없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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