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일주일간 쌓인 빨랫감을 챙겨들고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저녁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 9시가 다되어 간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딸아이가 돌아왔다. 대학교 3학년인 딸은 주말 오후 시간을 반납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스스로 용돈을 벌어 쓴다. 아빠로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고맙고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식탁에 준비된 저녁상에 간만에 보는 딸을 불러 앉힌다. 아르바이트 등 요즘 생활이 어떤지를 묻고 시험기간이 다 되어 바쁘다는 이야기 등이 오고 간다.

그러다 직업은 못 속인다고…. "요즘 어때? 대통령 선거운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대학생들 분위기는 어때?" 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하는 아빠와 그 딸의 밥상머리 대화내용이다.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 그러니까 싫어하는 사람은 명확히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특별히 찍을 사람이 없다. 대부분 친구가 그렇게 말하는데 비밀투표라 말 안 하는 사람이 더 많긴 한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친구들이랑 카톡할 때나 만나서 이야기할 때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얘는 이래서 안 되고 쟤는 저래서 안 되고, 그래서 그 사람들을 빼면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빠의 직업의식이 발동한다. "그래도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자, "내 친구가 말했는데, 원래 대통령선거는 최악을 없애는 거래"라고 말한다.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묻자 딸이 하는 말, "당연히 투표해야지. 투표하기는 하는데 누구에게 할 것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는 것이고, 투표를 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국민의 권리이니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투표하면 손등에 도장 찍어 주거든. 그거 받아서 어디 홈페이지 올리면 추첨해서 돈 2000만 원인가 엄청나게 준대. 그래서 그거 하려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분명 진실이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아내가 "하하하" 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세 번째 이유는 내가 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당선됐어. 그런데 당선된 사람 때문에 나라가 망했어.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투표를 안 한 사람은 그 사람을 욕할 권리가 없는 거야. 자기는 투표를 안 해놓고 왜 그 사람을 욕하는 거야? 투표하고 욕을 하든가? 지난 대통령선거 때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못했지만(나이가 어려서) 지금은 우리가 해야지. 나 시험기간이라 이제 공부하러 가야 해"라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인다. 그래 딸아, 우리 딸이 참 많이 컸구나. 선거에서 투표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최선의 후보자를 뽑는 것이든 차선의 후보자를 뽑는 것이든 그것도 아니라면 네 친구 말대로 최악을 없애는 투표라 할지라도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 한 표는 너의 미래, 우리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를 행복하게 할 밑거름이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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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너희는 똑똑하고 총명하잖니. 후보자들의 홍보인쇄물이나 TV토론 등 여러 정보매체를 통해 그들의 정책이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떻게 이 나라를 만들어 갈 생각을 하는지 잘 분석하고 평가해서 너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어 줄 후보자,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갈 후보자를 선택하도록 해 보자꾸나. 시험기간에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나라, 주말을 반납하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졸업 후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친구들과 즐겁고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 후보자를 꼭 뽑도록 하거라. 딸!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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