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선도교 측정값 분석 10일 중 7일 농도 25㎍/㎥ ↑
이틀꼴로 야외 수업 제한
도교육청, 간이측정기 설치
빅데이터 활용·대책 추진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이 많아지면서 학생 건강에 대한 학부모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행 국내 미세먼지(PM10) 대기환경 기준은 24시간 평균 100㎍/㎥로 24시간 평균 50㎍/㎥인 세계보건기구(WHO)보다 느슨하다. 경남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미세먼지 선도학교를 운영해 학교 자체적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난해 11월 9일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 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했더니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도내 학생들은 10일 가운데 7일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교해야 할 정도로 공기 질이 나빴다.

◇학생 '건강권' 심각한 위협

경남도민일보가 도교육청의 미세먼지 선도학교 자료를 받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도내 16개 측정망에서 초미세먼지 농도(PM2.5)가 25㎍/㎥를 넘는 날은 전체 측정일 가운데 73.2%에 달했다. 50㎍/㎥를 넘은 날도 21.9%로 나타나 학생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함안 지역 ㄱ 초등학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5㎍/㎥를 넘은 날이 91.6%였고, 50㎍/㎥를 넘은 날도 47.3%로 나타나 각종 심장·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밀양 한 초등학교도 조사 일수 중 86.8%가 넘는 날이 25㎍/㎥를 초과했고, 양산 지역 학교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25㎍/㎥를 넘은 날이 80%를 웃돌았다.

지난 20일 도교육청이 발표한 '2017학년도 학교 미세먼지 종합관리대책'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25 이상이면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 50 이상이면 야외수업을 자제하고 미세먼지 대응교육을 해야 한다. 일선 학교에서는 창문을 닫고 실내 습도를 유지하며, 빗자루 청소 대신 물 뿌리기와 물청소를 해야 한다. 권고안을 도내 학교 데이터에 대입하면 도내 학생들은 10일 중 7일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남교육연구정보원 전홍표(환경공학박사) 연구위원은 "도내 학생들은 10일 중 7일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공기 질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미세먼지가 WHO 기준(25㎍/㎥)을 넘으면 마스크를 쓰고 등·하교하거나 야외수업을 금지하는 등 행동요령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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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 농도별 대응 방법. /경상남도교육청

◇고속도로 주변 학교 '위험'

경남교육청 측정망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속도로 인근에 있거나 주위에 공단이 있는 학교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있는 양산지역 2개 학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5㎍/㎥를 넘은 날이 전체의 88%와 83.7%로 높게 나타났고, 분지형 지역에 있는 학교 미세먼지 농도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초미세먼지에 가장 많이 노출된 함안 지역 모 초등학교도 인근에 고속도로가 있어 차량에서 내뿜는 매연이 공기 질을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파악됐다.

전홍표 연구위원은 "고속도로나 공단 인근에 있는 학교 미세먼지 농도가 국가측정망에서 측정한 값보다 2~3배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더욱 촘촘한 측정망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선제 대응 나서

도교육청은 현재 경남에 있는 11개의 국가측정망으로는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까지 도내 전 초등학교에 미세먼지 간이 측정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오는 7월까지 유치원과 특수학교, 전 초등학교 등 950여 개 학교에 2억 7000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자체 측정망을 설치키로 하고, 측정결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개키로 했다.

경남은 전체 면적이 1만 533㎢로 767.4㎢의 부산보다 넓지만 국가측정망 수는 11개로 21개인 부산보다 적다. 삼천포화력발전 인근에 있는 고성의 한 초등학교는 미세먼지 노출이 의심되지만, 20㎞가 떨어진 사천읍의 국가측정망 기준에 따라야 하는 불합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도교육청은 앞으로 도내 1000여 개 학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세먼지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지역과 시간대를 분석해 이를 활용한 '맞춤형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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