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한창이지만, 우리 같은 도로관계자들에게 봄은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계절이다. 춘곤증은 이름 그대로 열병처럼 운전자들에게 번져가는 위험한 전염병과 같다. 햇살 가득한 봄날, 따뜻한 차 안에서 몰아치는 잔인한 졸음의 여파는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고속도로 위에 드리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졸음운전의 위험성이 혈중 알코올 농도 0.17% 상태의 음주운전과 같다고 말한다.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의 최소 수치가 0.1%인 것을 고려하면, 졸음운전은 사실상 만취운전과 똑같다. 이러한 졸음운전의 위험성은 실제로 교통사고 통계로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졸음사고로 말미암은 사망자 수는 봄철이 겨울철보다 11.6%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시속 100㎞/h로 운전하다가 단 1초만 졸았을 때 100m 이상 무방비로 운전하는 것과 같은데 이는 위험을 발견하고 정지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의 진행거리와 같다. 더구나 졸음운전 상태에서 앞서가는 차량을 추돌하면 끔찍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운전 중 졸음이 오면 껌이나 땅콩 등으로 졸음을 쫓거나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장시간 운전 시 차내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져 졸음을 유발할 수 있으니, 차내 환기 또한 좋은 졸음해소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졸리면 휴식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두 시간 정도 운전하면 가까운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운 후 운전대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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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부산경남본부에서는 봄철 졸음사고를 예방하고자 톨게이트 입구, 횡단육교, 터널입구 등에 졸음사고 예방 현수막을 일제히 설치했다. 사내 공모 등을 통해 선정된 '봄바람은 차안으로~ 졸음은 창밖으로', '깜빡 졸음! 번쩍 저승!' 등과 같은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문구로 운전자가 보다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봄철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인 졸음운전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쉬어가야 할 현상이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단속하는 누군가가 존재하지만, 졸음운전은 우리 스스로 단속하는 방법밖에 없다. 도로 위의 졸음지수를 낮추도록 우리 마음속에 졸음단속기를 상시 준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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