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등 전국서 문화적 활동하다가 서피랑 매력에 '쏙'
주민 도움으로 '공작소'개업…"만나면 행복한 마을"

새 연재 '통영 서피랑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장원 씨입니다. 그는 자칭타칭 '서피랑지기'입니다. 통영 서피랑은 최근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명소입니다. 장원 씨는 개중에서도 유명한 99계단 바로 곁에 삽니다. 원래는 예술 소품 제작·판매, 문화 기획 등을 하는데, 서피랑에 정착한 지금은 통영시 문화해설사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가 전하는 서피랑 이야기는 앞으로 매월 1회 독자 여러분을 찾습니다. /편집자 주

저는 지금 '서피랑지기'라는 이름으로 통영 서피랑에 삽니다. 서피랑이라는 이름은 좀 생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동피랑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예향 통영에는 벽화마을로 유명한 동피랑이 있지요. 하지만, 요즘 문화예술 성지로 떠오르는 서피랑 마을도 있습니다. 피랑이라는 말은 벼랑이라는 뜻의 통영 방언입니다. 동쪽에 있는 벼랑을 동피랑이라고 하고 서쪽에 있는 벼랑을 서피랑이라고 합니다.

제가 서피랑에 오게 된 것은 그저 인연이라는 말 말고는 도무지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통영을 만나고는 바로 통영에 빨려 들어오듯 진입을 했고 정신이 드니까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창원을 중심으로 전국 여러 지역에 다니며 문화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가까이 있다고 해도 통영에 대해서 거의 몰랐습니다. 그 때문에 통영에서 산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죠.

이장원 씨가 사는 서피랑공작소

언젠가 진해군항제에서 관광 활성화와 관련해 여러 활동을 하면서 이순신 장군 관련 스토리텔링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이순신 장군의 얼과 혼의 정수가 있는 통영의 무한한 매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미 유명한 동피랑보다는 서피랑에 왠지 더 끌리더군요. 통영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너무 많은 일을 벌이기보다는 우선 이순신 장군과 서피랑이라는 두 개 주제만 진행해 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좀 더 세밀하게 방향을 잡고 싶어서 시청을 찾았습니다. 직원 몇 분을 만나 제 생각들을 이야기했는데, 그 과정에서 한 분이 저에게 서피랑에 있는 명정동 동장님을 꼭 한번 만나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날로 바로 달려가서 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동장님께 제가 생각하는 부분들을 말씀드렸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를 서피랑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에 넣으셨더군요. 외지에서 온 저를 좋게 봐주시고 흔쾌히 받아주셨다는 생각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서피랑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에 소속되었다는 것에 저는 너무너무 기뻤고 거기에 부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너무나도 다채로운 서피랑의 매력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던 어느 날 서피랑 99계단에 벽화를 새로 하게 되어 공모전을 통해 작가를 뽑게 됐습니다.

공작소에서 놀이를 즐기는 시민.

벽화작업을 하는 날 작가분들을 뵈러 갔었는데, 그분들이 제가 있던 창원에서 오셨고, 게다가 한국화 작가이신 저희 아버지를 잘 아시는 게 아닙니까. 반가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실 제가 서피랑 쪽에 공간을 하나 얻어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외지에서 와서 정보가 없어서 그게 잘 안된다"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그중 한 분께서 "이 집이 비었던데 동에다 말해보지 그랍니꺼" 하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서피랑을 살펴본 이후로 제일 궁금하고 얻고 싶었던 바로 그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길로 명정동 주민센터에 가서 동장님께 말씀드렸더니 마을 어르신 소유인데 필요하면 소개를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 어르신이 주민센터로 들어오셨습니다. 어르신께 저의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마을을 위해서 한다는데 줘야지"라며 흔쾌히 저에게 공간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이 집이 바로 지금 제가 사는 '서피랑공작소'입니다. 저의 서피랑 활동은 이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서피랑공작소를 중심으로 서피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전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서피랑에 삽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더 즐거운 일을 만들며 이곳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와보시면 압니다. 서피랑을 만나면 행복해지니까요. /글·사진 이장원(서피랑지기)

본 지면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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