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채무 재조정 '이의 제기'항고심만 수개월
국책은행 신규자금 투입 미뤄질 땐 줄도산 우려도 제기

기업 운영 자금 확보가 시급한 대우조선해양이 큰 복병을 만났다. 회사채 보유 개인투자자가 법원이 인가한 채무 재조정에 이의를 제기(항고)했기 때문이다. 신규 자금 투입이 그만큼 미뤄지게 됐고, 기성금과 납품대금을 못 받은 사내외 협력사들은 버틸 여력이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17∼18일 열린 사채권자 집회를 무난히 넘기고 기업어음(CP) 소유자들과도 원활한 협상으로 채무 재조정에 성공하며 조만간 신규 자금 투입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이 내린 채무 재조정 인가 결정 5건 중 2건에 대해 개인투자자가 지난 1일 항고해 채무 재조정 2건 효력이 정지됐다.

8일 창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은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로 넘겨져 대우조선해양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에서 위임장과 답변서를 최근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다. 창원지법 관계자는 "항고심 첫 재판까지 준비기일이 필요해 최소 2주에서 4주 정도는 걸린다"고 말했다. 항고심 첫 재판조차 한 달 넘게 걸리고 항고심 결정이 나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몰라 그만큼 신규 자금 투입이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신규 자금 2조 9000억 원 투입 전제 조건으로 △대우조선 노사 자구노력 합의 △시중은행 채무 재조정 합의 △회사채와 CP 투자자 채무 재조정 합의를 모두 충족시킬 것을 내세웠었다. 이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항고로 2건의 채무 재조정이 효력 정지되면서 신규 자금 투입도 여의치 않게 됐다.

산은은 2015년 10월 지원하기로 한 4조 2000억 원 중 잔여분인 3800억 원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지만 이는 겨우 한 달 정도 버틸 수준이다. 밀린 사내외 협력사와의 단기 상거래 채무를 털기에는 절대 부족하다는 게 대우조선 측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해당 투자자와 몇 차례 접촉해 설득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강재(철강) 등 원자잿값 지급도 시급하고, 납품대금과 기성금을 받지 못한 사내외 협력사도 줄도산할 위험에 놓였다. 이를 막으려면 개인투자자 항고 철회와 조속한 신규 자금 투입이 필수적인데, 설득이 쉽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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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경남도민일보DB

이어 이 관계자는 "회사 운영자금 마련뿐만 아니라 납품 대금을 못 받아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도 중요한 만큼 최대한 빨리 해결되도록 계속 설득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늦어도 5월 말까지 신규 자금이 투입돼 밀린 기성금과 납품대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 사내외 협력사들은 이 돌발 변수(항고)로 '패닉'에 빠졌다.

최금식(선부공업 대표) 대우조선 사외협력사협의회(글로벌탑협력회) 회장은 "지난해까지 8개 공장이 있었는데, 다음 달 말까지 4개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직원도 지난해 말 960명에서 660명으로 줄었다"며 "조선경기 장기 침체로 일감은 계속 주는데 강재 가격은 30% 이상 오르고, 납품단가는 20%가 내렸다. 그냥 있어도 올 연말이면 죽어날 판이다. 보통 1.5개월치 어음을 받는데 5월 말까지 현금화하지 못하면 2개월 넘는 납품대금이 밀리는 셈이다. 납품대금도 제때 못 받으면 버틸 재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빠른 신규 자금 투입은 대우조선만이 아니라 1100여 개 사내외 협력사 직원과 그 가족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항고를 취하하고 원만하게 합의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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