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달 투입 결정, '마이너스통장 형태'특징
협력사 대금 등 집행 계획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의 출자전환 절차가 개인투자자 반발로 늦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일단 이번 달 중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3월 신규 지원하겠다고 밝힌 자금 2조 9000억 원 가운데 첫 투입분이다.

이번 신규자금 2조 9000억 원은 '마이너스통장' 형태로 제공되는 게 특징이다. 대우조선이 자구노력으로 부족자금을 충당하고서 그래도 모자라는 돈만 꺼내 쓰는 방식이다. 선박 인도대금이 들어오면 바로 돈을 갚아야 한다.

17일 대우조선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5월 말까지 부족자금 5000억 원가량이 발생하기에 신규자금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며 "자구노력으로 부족자금 규모를 더 줄이면 좋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 10월 지원이 결정된 1차 자금 4조 2000억 원은 이미 바닥났다. 남아있던 3800억 원이 지난주 초 전액 집행돼 2차 신규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신규자금은 대우조선이 배를 짓는 데 필요한 철판 등 기자재 구입, 사내외 협력사 납품대금·기성비 지급, 인건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애초 회사채 투자자에 대한 채무 재조정 절차를 모두 끝내고서 신규 자금 지원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법원이 회사채 50%를 주식으로 바꾸는 내용의 채무 재조정 절차가 타당하게 진행됐는지 검토하고서 인가를 내주고, 인가 후 일주일간 투자자 반발이 없다면 채무 재조정안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우조선 회사채 개인투자자가 법원 인가 결정에 항고하면서 절차는 지연되고 있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는 지난주 해당 개인투자자가 낸 두 건의 항고를 두고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이 투자자가 대법원에 재항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항고를 낸 개인투자자는 대우조선 회사채에 30억 원가량 투자했으며, 회사채 만기가 가까워졌을 때 차익을 노리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법원 항고가 들어온 지 4거래일 만에 기각 결정을 내린 만큼 대법원에서도 같은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대법원 결정은 시간이 더 오래 걸려 대우조선 출자전환과 주식거래 재개가 차례대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출자전환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대우조선이 올해 9월께 한국거래소의 상장 실질 심사를 통과하고, 10월에는 주식거래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우선 채무 재조정 효력이 발생해야 출자전환도, 주식거래 재개도 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산은은 출자전환과 관계없이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지원을 시작하고 국책은행·시중은행의 출자전환부터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국책은행·시중은행이 보유한 2조 1600억 원 규모의 무담보채권을 모두 출자전환하면 대우조선 재무제표를 6월 말까지는 개선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 뒤 회사채 8000억 원가량을 마지막으로 출자전환해 9월 말까지 부채비율을 300%가량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때 주식거래 재개를 위한 토대가 만들어진다.

금융당국은 회사채 채무 재조정 지연에 대비해 이런 '비상계획'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원칙을 허물고 개인투자자에게 돈을 갚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동훈 금융위 구조개선과장은 "개인투자자와 타협하거나 대우조선이 이 투자자의 회사채를 사주는 일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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