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가수·주점호객 경쟁화된 축제
건전한 주점문화·프로그램 절실

5월, 대학축제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전국 대학교는 어느 대학이 더 '핫한' 가수가 오느냐로 SNS에서 홍보 경쟁이 붙기도 했다. 이를 보고 일부 누리꾼들은 초청 가수 라인업을 비교하며 대학축제 서열을 매기기도 했다.

총학생회에서는 유명 가수를 부르려고 수천만 원을 쓰며 축제비용 대부분을 쓰기도 한다. 왜 이렇게까지 초청 가수에 목매는 것인지 조금 의문이 든다. 하지만 대학축제는 지역 축제를 대표한다고도 할 만큼 큰 규모라 지역주민 외에도 타 대학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유가 짐작이 간다.

대학 축제에는 초청 가수나 불꽃놀이, 다양한 이벤트 등 즐길거리 외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주점이다. 학과별로 또는 동아리별로 이뤄지는 주점은 수입창출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주점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고 이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해 축제 성공이 좌우된다.

대학교 간 축제 경쟁은 어느새 대학 내 주점 경쟁으로도 이어져 그곳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솔직히 주점마다 안주 맛과 가격은 별 차이가 없어서 어디가 더 예쁘고 잘생긴 학생들이 많은지, 또 어디가 호객행위를 잘하는지에 따라 손님이 몰린다.

그래서 주점 내에서는 예쁘고 잘생긴 학생들은 서빙이나 호객행위를 하는 역할을 맡고, 그 외 학생들은 주방에만 틀어박혀 온종일 요리만 하는 것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학생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웃음을 짓고 목소리 톤을 높여가며 주점으로 유인해야 하고, 요리하는 학생들은 열악한 주방에서 불과 씨름을 해야 한다.

미성년자 주점 출입도 큰 문제가 된다. 주점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미성년자들은 이때를 노려 술을 마시러 온다. 딱 봐도 고등학생으로 보이지만 돈을 벌려고 술을 파는 주점이 대부분이다. 보통 주점은 1·2학년들이 역할을 도맡는데 학회장 선배나 고학번 선배가 시키면 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잘못된 걸 알면서도 묵묵히 따른다. 타 대학의 내 친구는 축제를 하기 몇 주 전, 학회장 선배가 1·2학년들에게 1만 원씩 내라고 한 기억이 있다고 했다.

축제 주점에 쓸 술과 안주를 사려면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한데 학생회비로는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선배는 1만 원씩 걷어가며 축제가 끝난 후 100% 돌려주겠다고 말했고, 이윤이 남게 되면 그 이상으로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해 학과 주점은 망했고 선배는 아무런 돈도 돌려주지 않고 입을 닫았다. 상식적으로도 돈이 없으면 장사를 하지 않는 게 맞지만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겠다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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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야 할 축제는 이러한 문제 외에도 안전사고, 취객들끼리 싸움, 축제가 끝난 후 쓰레기 처리와 환경 문제 등이 매년 지적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작년 축제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축제 봉사자를 모집해 일정 봉사시간을 인정하고 축제의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봉사자들은 공연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 외에도 축제 기간 중 주점들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 측은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고자 힘써야 할 것이다. 축제를 운영하는 학생들 또한 건전한 주점문화와 그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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