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살며 정치인을 비롯한 누구의 말도 마음에 와닿은 적이 없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선서에 이어 국민에게 드린다는 연설을 들으며 난생처음으로 가슴이 뜨거웠다. 옛말에 '사람이 하는 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나물 날 곳은 잎새부터 다르다' 했듯이 문 대통령의 지금 모습을 보면 그 말이 사실임을 믿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화살도 처음 조준한 방향에 따라 궤적을 만들듯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도 궤적이 있다. 문 대통령의 궤적은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향해 곧장 날아가는 화살의 방향과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할 거라는 TV통계를 보며 참 오랜만에 좋은 예감이 들고, 지금 모습이 끝까지 갔으면 싶다.

참 오랜 세월 우리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내가 성인이 되고 이 나이가 되도록 몇 번이나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번에는 하다가 또, 이번만큼은'하며 기다린 것이 몇 번째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무더운 날 소나기처럼 서민들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지 못했다. 이 나라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사랑받지 못했다. 어느 한 사람 애틋한 기억조차 남은 사람이 없다. 우리 국민은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살았다. 고통은 동일하지만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동일하지 않기에 똑같은 고통을 당해도 어떤 사람은 절망에 빠지고 어떤 사람은 희망을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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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국민이 그렇다. 잡초 같은 끈질김으로 앞이 막히면 돌아서 가고 가다 짓밟히면 잠시 허리 굽혔다가 다시 살아나는 무서운 잡초의 복원력으로 이날까지 살고 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동안 기대치에 턱없이 모자라는 대통령에게 우리가 느끼는 슬픔은 오래였고 자괴감도 컸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이런 슬픔을 한 방에 날려 보내 준다면 더는 바랄 게 없겠다. 대통령의 말대로 '이게 나라냐?'라고 울부짖던 국민이 '봐라! 이게 나라다'라고 우리를 비웃은 온 세계를 향해 당당하게 외칠 수 있게 그날의 약속을 꼭 지킬 것으로 믿는다. 그러고는 부디 뒷모습이 아름다운 한국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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