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이 오긴 왔나 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18일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1만 명이 함께 부르는 제창 형식으로 울려 퍼졌다. 과거 정부에서 '이념대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이 노래가 무려 9년 만에 참석자가 함께 손을 잡고 부르며 '화합과 소통'의 상징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노래 한 곡을 함께 부르는 데는 무려 9년 세월이 흘러야 했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지만, 지난 정부서 숱한 고초를 겪었다. '국민분열'을 일으킨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에다, 노래 가사 중 '임'이 김일성을, '새날'이 사회주의 혁명을 의미한다는 소문까지 보태지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아예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9년 넘게 '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했던 약속을 지키면서 마무리됐다.

애초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2월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든 노래극 <넋풀이> 삽입곡이었다. 운동권 노래가 아니었던 셈이다. 노래극은 당시 2000개의 테이프로 녹음돼 전국과 외국으로 전파됐고, 지금도 홍콩, 대만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민권운동가들이 이 노래를 애창하고 있다.

9년 만에 큰 울림을 전해줬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 세대를 넘어 젊은 세대나 촛불혁명을 경험했던 젊은 학생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마지막 부분은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로 마무리된다. 숱한 고초를 겪고도 흔들리지 않았던 민주화 세대가 있었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고,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촛불혁명이 있었기에 9년간이나 계속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수가 있었다. 이날 1만 명이 함께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과연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선동이었는지, 과거 이 논란에 불 지폈던 이들에게 꼭 묻고 싶다.

/주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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