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국립 5·18민주묘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민주항쟁 희생자와 여야 정치인들, 그리고 자유롭게 기념식장을 찾은 1만여 시민과 함께 손을 잡고 합창을 했다.

오월의 피와 혼이 담긴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민의 손으로 되찾은 국민주권 시대의 서곡으로 부활했다. 37주년 기념식은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중계방송을 지켜본 온 국민 가슴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넘친 역대 가장 감격스럽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취임 18일 만인 이날, 문 대통령은 5·18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버팀목이요 이정표였으며, 나아가 민주정부의 맥이자 뿌리임을 분명히 천명했다. 또한 5·18에 대한 역사왜곡을 바로잡고 헬기 사격을 포함한 발포 진상에 대하여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결연함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열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고통을 치유하여 통합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약속은 믿음직스러웠다. 80년 5월 18일 바로 그날 태어난 딸을 만나러 광주에 왔다 희생된 아버지의 사연을 오열하며 전한 김소형 씨를 뒤따라가 끌어안는 모습에서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신의 원통함을 내가 아오. 쓰러지지 마시오'라며 5·18의 엄마들이 세월호 엄마들에게 보낸 메시지처럼 간절함이 묻어나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37년 전 광주의 횃불은 2016~2017년 광장의 촛불로 타올라 다시 광주의 영령을 위로하고 민주주의의 참모습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고 있다. 기억이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고, 어둠은 빛을 감출 수 없다는 신념이 노래 따라 흘러 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새기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아울러 부마민주항쟁의 정신도 담겠다고 약속했다. 여전히 적폐의 응어리는 깊고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지만 5·18 37주년을 맞아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고 대한민국이 온전한 민주공화국으로 부활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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