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기업 미래 먹을거리 뭘 준비하나] (1) 두산중공업
풍력발전 생산·설치 기술 보유
올해 풍력발전 사업 확대 주력
고객사 제공 서비스 부문 신설도
복합화력·열병합발전 건립 경험
단기 악재 딛고 신사업 매출 늘듯

가장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경남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103조 9727억 원(잠정 추정치)으로 2014년 101조 284억 원보다 2조 9433억 원이 늘었다. 하지만, 경남 GRDP의 40%를 넘게 차지해온 제조업은 2014년 41조 6069억 원에서 41조 2872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더구나 지난해 수송기계와 일반기계·조선해양산업 등 경남 주력 제조업이 2015년보다 더 어려움을 겪어 2016년 제조업 전체 생산이 더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경남 제조업은 구체적인 위기를 맞았다.이러다가 경남 제조업, 제조업 중심의 경남경제가 와르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 섞인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에 창간 18돌을 맞은 <경남도민일보>는 경남지역 대기업은 과연 어떤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하는지, 그 미래 준비가 믿음직스러운지 살펴봤다. 19일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매주 차례로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로템, 두산공작기계, LG전자 등 도내 주요 대기업의 신사업 개척과 연구개발 상황을 확인해 싣기로 했다.

최근 현 정부가 밝힌 탈핵·탈석탄 정책 기조로 두산중공업의 기존 주력사업(원자력·화력 발전)이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두산중공업을 겉으로만 봤기에 나온다. 오비(OB)맥주로 대표되던 식품·음료업과 두산타워 등 유통업이 중심이던 두산그룹은 2000년대 초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과 기존 사업 정리로 전혀 다른 기업군으로 탈바꿈했다. 이젠 그룹 전체 매출의 약 90%를 인프라 사업(두산중공업과 계열사 담당)이 차지할 정도로 주력사업이 바뀌었다. 두산그룹의 이런 변화와 혁신 DNA를 가장 잘 물려받은 적장자가 바로 두산중공업이다.

◇주요 사업 내용은 = 두산중공업은 원자력·화력 등의 발전설비를 만드는 발전 부문, 해수 담수화 플랜트와 수 처리 설비 제작 워터(Water) 부문, 환경설비 등을 제작하는 산업 부문, 조선용 기자재와 발전·제철·화공·시멘트 플랜트 등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주단(주조·단조) 부문, 토목·건설사업을 하는 건설 부문 등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여기에 건설중장비·엔진 등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와 자회사 두산밥캣, 선박과 발전소용 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엔진, 건설과 플랜트 기자재를 제조하는 두산건설, 골프장·콘도를 운영하는 두산큐벡스를 주요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위기와 기회 함께 맞은 두산중공업 = 현 정부의 친환경, 탈원전, 미세먼지 감소 정책 기조는 두산중공업에는 확실히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로 작용한다. 수주한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 움직임이나 신한울원전 추가 발주 지연, 미세먼지를 줄이고자 신규 화력발전소 건립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 발표 등은 단기적으로 두산중공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친환경에너지원인 풍력발전기 생산·설치 사업을 이미 하고 있고,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쓰는 복합화력발전소와 열병합발전소 건립(EPC) 경험을 갖췄다. 

두산중공업 한 직원이 이 회사가 만든 원자력발전소 주기기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전력 수급 정책 변화 기조를 보면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 석탄 대신 가스가 주 연료인 복합화력·열병합발전소 신규 건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즉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소 감소만큼 두산중공업이 기술력을 확보한 신사업 분야 매출도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은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으로 지난해 발전 에너지원으로 가스가 석탄을 추월했다. 따라서, 위기이자 곧 기회인 셈이다. 여기에 복합화력과 열병합발전소 핵심 기자재인 가스터빈 독자 개발이 국책사업으로 선정돼 수행 중이다. 더불어 석탄을 가스화하는 설비 원천 기술을 보유해 남해군 등에 설치할 석탄가스화복합화력(IGCC)도 두산의 새 먹을거리가 될 전망이다.

◇5000억 원 투자처 살펴보니 = 최근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신주인수권부사채 5000억 원의 사용 용도를 보면 두산중공업이 미래 먹을거리로 뭘 준비하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5000억 원은 신사업 준비를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사업 효율성과 기술환경에 대응한 설비 투자, 신규 수주 등 사업기회 확대를 위한 발전개발사업 참여 등에 전액 쓰일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국책과제인 고효율 가스 터빈 기술개발을 위해 2019년까지 3257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가스터빈 생산은 현재 GE, 지멘스(SIEMENS), 미쓰비시중공업(MHI) 등 세계 4대 메이저사가 원천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가스터빈은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복합화력발전소와 열병합발전소의 핵심 중 핵심 기술이다. 섭씨 1500도에 이르는 고온과 고압에서 터빈이 계속 돌아가야 해 증기 터빈보다 교체 시기가 짧아 원천기술 확보 시 잦은 가스터빈 공급으로 이익률이 증기 터빈보다 훨씬 높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에 맞춰 IT(정보기술)·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신기술을 제조과정에 접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스마트 센서와 전자태그 부착, 생산·물류 실시간 모니티링, 자율로봇·3D 프린터 등 생산설비 자동화 등 디지털 팩토리화에 554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두산그룹 전체 연구기관을 모은 두산 R&D 콤플렉스 설립(경기도 군포)에 761억 원을 투자한다. 원전 운전을 위한 I&C(Instrument&Control) 센터 건립에 456억 원을 투자해 I&C 설비 디지털화를 꾀해 관련 매출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내 설치된 원격모니터링서비스(Remote Monitoring Service)센터 내부 모습. /이시우 기자

◇에너지·발전 서비스 토털 솔루션 제공업체로 질적 전환 = 두산중공업은 올해 들어 세 가지 주목할 만한 도전을 하고 있다. 우선 2022년부터 시행되는 500㎿ 이상 발전설비 보유 발전사업자에게 전체 발전량의 1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야 하는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와 공급인증서 발급 제도(REC)에 발맞춰 풍력사업 확대를 꾀한다. 기존 3㎿인 '두산 WinDS 3000'에 이어 지난달 말 현대중공업 자회사의 5.5㎿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인수해 태풍에도 문제없는 풍력발전 설비 구축을 꾀한다. 주단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인 1만 7000t 프레스를 단조공장에 최근 설치해 가동함으로써 초대형 단조품 시장 공략에 나선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발전) 서비스 사업 부문(BG) 신설이다. 보통 1000㎿(1GW) 규모 발전소에서 생기는 연간 서비스 수요는 약 1000억 원이며, 현재 전 세계 운영 발전소 용량은 6500GW에 이른다. 연간 650조 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로 운영·유지 보수, 노후 발전설비 성능개선, 서비스 사업에 따른 발전소 자산관리, 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을 고객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운영한 원격모니터링서비스(Remote Monitoring Service)센터는 서비스 사업을 위한 중요 토대다.

이 센터는 ICT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발전플랜트 운전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진단해 이상징후 조기 예측과 발생할 문제점을 고객사에 미리 알려주고 있다.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체코)와 두산중공업은 각각 4곳의 발전소에 RMS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BG 신설은 국내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탈핵 흐름 속에서 2050년까지 440조 원에 이를 원전 해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2015년 원전해체 전문기업인 독일 짐펠캄프사와 사업협력협약을 맺었다.

두산중공업이 창원 단조공장에 설치한 세계 최대 규모인 1만 7000t 프레스. /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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