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마운드 지켜
정착 각오로 한국생활 임해
매년 성장 '에이스'발돋움
야구장 밖선 동료에 조언도

NC 다이노스 우완 투수 에릭 해커(34·사진)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장수 외국인 선수다.

해커는 2011년부터 7년째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하는 더스틴 니퍼트(36), 2012년부터 KIA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를 오가며 6년째 한국에서 뛰는 헨리 소사(32)와 함께 '장수 트리오'라 불릴 만하다.

특히 해커는 NC가 1군에 처음 진입한 2013년부터 5년째 NC 마운드를 지키는 에이스이자 '원년 멤버'라 더욱 각별하다.

'어쩌다 보니' 한국에서 5년이나 뛴 게 아니다. 해커는 한국에 처음 올 때부터 오래 머무르겠다고 각오했다.

이는 바로 해커가 장수하는 비결이다.

해커는 "다른 선수들도 한국에서의 선수생활을 장기적으로 보면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만의 문제에 갇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커가 보기에 외국인 선수들 대부분은 '한국에 오래 머무르겠다'는 생각을 쉽게 갖지 못한다.

그는 "나는 그들이 아니어서 정확하게는 모른다"고 전제하면서도 "한국을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겠다는 식으로 단기적으로 볼 것이다. 한국에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향수병에 더 많이 걸리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커는 다르다. 2013년 4승 11패, 2014년 8승 8패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않았다. 유독 승운이 안 따르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과 NC 구단은 해커가 한국에서 던지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고, 해커와 재계약하며 기회를 줬다.

해커는 2015년 19승 5패, 2016년 13승 3패를 기록, 명실상부 에이스로 거듭나며 보답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마칠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그러고 싶다. 한국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해커는 한국에서 꾸준히 얻은 등판 기회가 실력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해커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9경기만 출전했다.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뛰면서 통산 183경기 982⅔이닝을 던져 71승 50패와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해커는 "거의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했는데, 상대할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10개 구단이 있는 한국에서는 상대하는 선수들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타자들의 생각과 대응법을 연구하는 나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었다. 한국에 오래 있으면서 실수를 바탕으로 변화를 주다 보니 이런 선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해커는 마운드에서 내려왔을 때도 NC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NC의 터줏대감 해커는 다른 외국인 동료보다 먼저 한국생활을 겪었기 때문에 조언해줄 게 많다. 덕분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에릭 테임즈를 비롯해 재크 스튜어트, 찰리 쉬렉 등 '전직 NC 외인'은 물론 제프 맨쉽, 재비어 스크럭스 등 '현직 NC 외인'도 성공적인 영입 사례로 인정받는다.

그는 "처음에 한국에 오면 문화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외국인 동료가 그런 일을 겪기 전에 먼저 차이점들을 알려준다. 나의 경험, 뭐가 안 맞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을 알려준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다행히 NC의 외국인 선수가 모두 영어를 쓰는 미국인이어서 자신이 도움을 주기 수월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서 혼자 지내는 해커는 다음달 아내와 딸 칼리, 아들 엘스턴이 미국에서 한국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해커는 "한국은 아이들이 자라기에 안전해서 좋다"며 한국생활 만족도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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