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취와 소화기 질환]
1차 원인 입안 세균 문제위
구강 외적 원인 10~20%
최근 헬리코박터균 주목
내시경 진단 등 다양

입 냄새 때문에 고민인 사람이 많다. 특히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입 냄새가 나지 않을까 더욱 예민하게 마련이다. 열심히 양치질을 하고 껌을 씹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구취. 한마음창원병원은 주부대학 건강강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난달 말 '구취 질환 치료를 위한 진단'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행사 당일 사정 상 치과 교수로 갑자기 강사가 변경되긴 했지만, 원래 이날 강의는 소화기내과 이상혁 교수가 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구취는 통상 치과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 소화기내과 교수가 구취 질환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을까. 이상혁 교수를 만나 구취와 소화기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구취란

구취는 날숨에서 나오는 알아차릴 만한 불쾌한 냄새를 말한다.

중년과 노년인구의 약 50%에서 구취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대개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구취증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구취 자체가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되지 않고,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돼 치료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구취는 구강 내 질환뿐 아니라 전신 질환과 연관이 있어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구취를 유발하는 물질은 휘발성 황 화합물과 휘발성 질소 화합물 등이 있다.

구취는 대부분 구강 내 원인으로 발생한다. 입안 세균이 입 안에 있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황 화합물이 구취를 일으킨다.

이 교수는 "구강 내 원인 다음으로는 이비인후과, 그 다음으로는 내과적인 문제를 찾아본다. 구강 외적 원인은 10~20%로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구취가 있으면 1차적으로 치과 질환을 먼저 살피게 된다.

구강 내 궤양, 농양, 헤르페스 감염, 구강암, 구강 건조증, 치아 우식증, 충치, 설태나 불량 보철물, 청결하지 못한 틀니 등이 구취 원인이 될 수 있다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해 구취를 발생시키는 주요 장소는 혀 뒷부분이며, 다음은 잇몸 부분이다. 그러므로 혀에 있는 설태를 제거하고 치주염이나 풍치와 같은 잇몸 염증 치료를 받는 것이 구취를 줄이는 데 중요하다.

입 안에 문제가 없을 때는 기도 및 비인두강에서 원인을 찾는다. 만성부비동염(축농증)과 같은 코 질환에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상기도 내 이물,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 결핵, 아데노이드염, 폐렴, 폐농양, 기관지 확장증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외에 소화기관의 문제, 전신 혹은 대사 질환의 몇 가지 경우, 특정 약제들, 특정 암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 역시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이 있으면 아미노산의 불완전 산화로 인해 케톤체가 발생해 아세톤 냄새가 날 수 있고,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암모니아 배출 장애로 인한 질소 배출 이상으로 입에서 생선비린내가 날 수 있다.

구취는 병적인 상태가 아닌 생리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자는 동안 침의 흐름이 적어 생기기도 하며 마늘 같은 특정 음식을 먹거나, 흡연, 여성들의 생리 이후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병적인 상태가 아니므로 원인 음식을 피하거나 금연 등 생활 습관 변화 혹은 청결 상태 유지 등으로 어느 정도 구취를 조절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과 구취

보통 구취의 원인을 소화기관 질환에서 찾을 때 일반인들이 먼저 생각하는 것은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이다.

그런데 이 교수는 "이들 질환도 구취 원인으로 논의되고는 있지만, 구취를 유발한다고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구취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헬리코박터균이다. 헬리코박터균이 구취를 유발한다는 보고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고 밝혔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에 주로 감염증을 일으키고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선암, 위말트림프종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헬리코박터균이 어떻게 구취를 유발할까.

이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장 내에 있으면 궤양 주위에 단백질이 빠져나올 수 있다. 이들이 헬리코박터균과 반응해 휘발성 황화합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것이 구취를 유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일반적인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은 휘발성 황화합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한마음창원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혁 교수. /이원정 기자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구취가 있을 때는 제균 치료로 구취를 호전시킨다.

이 밖에도 위암, 횡격막 틈새헤르니아, 유문 협착, 장관 감염증 등도 구취 원인이 되고 있음이 밝혀졌고, 위 내시경으로 진단 가능하다.

◇진단과 치료 순서

구취 검사는 어떻게 진행할까.

이 교수는 "현재까지 구취 평가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후각 기관을 이용하는 평가법이다. 즉 경험 있는 의사가 직접 맡아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구취 평가를 위한 기계도 있다. 사람이 직접 평가하면 객관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 장비를 이용하기도 한다.

구취 평가 장비로는 Halimeter, BB-checker, Oral chroma, 브레스뷰 검사 등이 있다.

치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장비들로 황화합물 등을 감지해 수치화할 수 있어서 객관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 기계의 수치와 사람의 감별이 같지가 않다. 수치가 높아도 고약한 냄새가 덜 날 수 있고, 수치가 낮아도 역겨운 냄새가 날 수 있다. 수치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계가 아직 표준화되지는 않았고, 참고 수치 정도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구취의 접근 순서를 정리하자면, 먼저 구강과 비인두강에 대한 접근을 시도해 치과와 이비인후과에서 구강 내 원인을 찾게 된다. 그다음으로는 구강 외 원인을 찾는데, 내과 의사에 의한 전신 질환 확인, 병력 청취 및 신체 검사, 혈액학적 검사 및 흉부 방사선 검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관련 질환을 배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치료 역시 이 과정을 따른다. 구강 내 원인을 치료하면 대부분의 구취는 덜해진다. 올바른 구강 위생 관리가 구취 제거의 첫걸음이다. 하지만 구취가 나아지지 않으면 이비인후과, 내과적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를 하게 된다.

이 교수는 "철저한 구강 청결과 치과 치료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구취가 계속 난다면 전신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종합적인 판단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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