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소규모 클래식 공연장
현악·목관 등 단위 합주 중심
"음악 즐기는 법 서로 배워"
오페라·클래식 활성화 목표
지역 콘텐츠 활용 작품 기대

고된 일상에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됩니다. 주말이면 늘어지게 잠을 자는 일 말고는 별다른 여가 생활도 없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누군가가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자고 한다면 어떨까요. 당장 수많은 관객으로 빽빽하게 채워진 대공연장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도 걱정스럽습니다. 공연장까지 이동할 생각만 해도 지치실 테죠. '아담하고 소박한, 집과 가까운 곳에 클래식 공연장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신다면, 마침 적당한 공간이 있습니다. 부담 없이 가까이할 수 있는, 따뜻한 음악이 스며있는 도내 소규모 클래식 공연장을 소개합니다. 

◇마르떼 더 홀 = 김해 동상동 분성로 351번길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입점한 3층짜리 건물이 있다. 이곳에 간판도, 안내판도 없는 클래식 음악 공연 전용관이 있다.

김해중앙여중 음악교사 김세훈(35) 씨가 마련한 공간인 '마르떼 더 홀'은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연주장 모습을 갖춘 때는 올해 2월. 약 248㎡, 관객 70여 명을 품을 수 있는 규모다.

김해 마르떼 더 홀 내부 모습. /최환석 기자

이름은 '음악(music)'과 '예술(arte)'을 더한 말이다.

김 대표가 공간을 마련한 까닭은 무모하지만, 큰 의미가 있다.

"가르치는 학생들, 음악을 배우는 졸업생이 외부에서 연주회를 하려면 대관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더라고요. 공간을 마련한 까닭입니다."

대관 공연도 있지만, 마르떼 더 홀에서는 주로 단위 앙상블 공연이 열린다. 앙상블이 마르떼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마르떼'로 이어진 이들이 꾸미는 공연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마르떼라는 이름 아래 현악앙상블, 목관앙상블, 금관앙상블 등으로 뭉친 상주 인원만 100명이다. 청소년, 졸업생, 지역 음악전공 대학생, 교사 등이 주인공이다.

앙상블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앙상블은 한 연주자가 모두에게 묻어가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의지보다는 홀로서기를 강조합니다."

마르떼 더 홀 무대에 놓인 야마하 C7 그랜드 피아노. /최환석 기자

김 대표 말에서 알 수 있듯, 마르떼는 오롯이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규모 클래식 공연장이면서, 문화예술 교육 공간 역할도 하는 셈이다.

"잘 성장하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독주는 자신만의 세계지만 합주는 성숙한 음악인으로 가는 방향성을 제시하죠. 학생들에게 나를 위한 음악이냐, 모두를 위한 음악이냐는 고민을 항상 던집니다. 음악을 하는 이유가 유명해지는 것이라면 하지 마라, 좋아서 하는 음악이길 바란다고도 강조합니다."

음악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공간. 음악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는 어울림 공간. 마르떼 더 홀을 설명하는 말이다.

마르떼 공연 정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 'marte'에서 확인하면 된다.

곧 예매 서비스가 가능한 누리집도 마련할 계획.

문의 010-2988-0953.

◇VK아트홀 = 진주 경상대 모퉁이를 돌아 경남과기대 제2캠퍼스로 가는 길목, 내동로 213에는 단층 구조인 VK아트홀이 있다.

(사)경상오페라단이 꾸린 공간은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다. 정식 음악 공연장으로 등록된 공간이다. 50석에서 최대 80석까지 채울 수 있는 규모.

VK아트홀에서는 지난 3·4월에는 4편의 오페라 공연을 소개하는 '경상 쁘띠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다양한 소규모 공연은 경상오페라단 전신인 폭스캄머앙상블 신조와 이어진다. 폭스캄머(volks kammer)는 독일어로 '모두를 위한 작은 공간'이라는 뜻.

진주 VK아트홀 내부 모습. /최환석 기자

대표 최강지 경상대 음악교육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한 차례 VK아트홀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4년 경남으로 일자리를 옮기면서,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 공연 활성화를 목표로 공연장 운영을 이어가게 됐다.

VK아트홀도 수익 창출보다는 '예술의 장'을 마련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지역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클래식 음악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내실을 키우면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최 교수는 지역 콘텐츠를 활용한 작품 활동에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대구를 중심으로 치러지는 '오페라 페스티벌' 콘텐츠를 경남지역에서는 경상오페라단과 VK아트홀이 중심이 돼 선점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VK아트홀 공연 정보는 경상오페라단 누리집(http://vkart.c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문의 010-7533-6208. 

김세훈 김해중앙여중 음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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