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만들기 나선 소규모 공연장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

발목이 좋지 않아 평소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주로 내근이라 복장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다행이다. 구두를 신는 날은 취재나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경우다. 그런 날은 구두에 맞춰 복장도 달라진다. 안 신던 구두를 신으면 그날은 종일 불편하다. 그런 '불편한 날' 중에는 창원 성산아트홀이나 3·15아트센터에 창원시향 등의 공연 관람을 하러 가는 날도 포함된다. 왠지 청바지에 면 티 하나 달랑 입고 운동화 신고 가기는 어색하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역에 문화 홀씨를 뿌리는 풀뿌리 소규모 문화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공간의 특징 중 하나가 '마실 삼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굳이 예약하지 않아도, 격식 갖춰 옷을 입지 않아도 된다.

벌써 개관 1년이 된 창원 시티세븐 43층 파랑새. 오디오 동호인들이 모여 문화 나눔을 위해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누구든 들러 오디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다른 곳에서 커피 한잔 사 들고 가도 되고 의자에 앉아 졸아도 된다. 부정기적으로 바이올린 독주회 등 클래식 공연도 벌인다.

지난해 5월 김해에서 문을 연 '마르떼 더 홀'은 한 음악교사가 문화예술 교육 공간으로 클래식 공연장을 만들어 앙상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역시 소규모 공연장이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그리고 클래식은 아니었지만 창원 상남동에 있던 라이브 재즈클럽 몽크 역시 다양한 뮤지션이 시민과 보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무대였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다. 관람료가 비싸서, 시간이 없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그러한 공간에 가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듯하다. 찾아보면 비싼 공연만 있는 게 아니다. 성산아트홀 대공연장에서도 무료 공연이 종종 열린다. 그래도 공연장에 갈 마음을 쉽게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016년도 문화향유 실태조사를 보면 문화예술행사 참여경험을 묻는 질문에 영화 관람률이 73%, 축제 37%, 전시회 36% 순으로 나타났다. 음악이나 무용 발표회는 11.8%에 불과했다. 시간이 나지 않아 문화예술 활동이 어렵다는 답변이 많았지만, 참여경험이 영화에 쏠리는 현상을 볼 때 시간보다는 '관심'의 영향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굳이 시간 내서 공연장에 갈 정도의 관심은 없다'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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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신고 멋을 내야 하는 날도 있지만, 편한 운동화가 좋은 날도 있다. 예술도 마찬가지 아닐까. 시설 좋은 대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연주를 듣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소규모 공간에서 실내악이나 독주를 듣는 것 또한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예술과 한발 한발 친해지다 보면 어느 날엔 영화뿐 아니라 대공연장에서 공연을 관람하고픈 욕구도 충분히 생길 테다. 그 한발을 위한 공간들, 규모는 작지만 의미는 큰 소중한 풀뿌리 예술 터전이다. 이들 공간이 많이 알려져 그 역할을 충실히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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