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송전탑 인근 150여 가구 보상 거부 투쟁 중
실태조사,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등 요구

초고압송전탑에 맞서 싸워온 밀양 주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765㎸ 송전선로 건설과정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고자 부산 기장군, 양산·밀양을 거쳐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765㎸ 송전선로(90.5㎞)를 건설했다. 이 구간에 평균 100m 높이 송전탑 161기(밀양 69기)가 들어섰다.

한전은 밀양시청 공무원과 경찰을 앞세워 지난 2014년 6월 11일 주민들 농성장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하고, 그해 연말에 공사를 마무리됐다. 10년이 넘는 갈등 과정에서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경과지 마을은 보상 문제와 찬반으로 갈려 공동체가 무너졌다.

공사가 끝난 지 3년째이지만 경과지 10개 마을 주민 150여 가구는 여전히 보상을 거부하며 싸우고 있다. 촛불문화제도 224차까지 열어 오고 있다. 주민들은 6·11행정대집행 3주기를 맞아 13일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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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 지난 5일 부산 유세장에서 밀양주민이 건넨 '밀양 765㎸ 송전탑 OUT!'이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어 보였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

주민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밀양송전탑 해결을 촉구하는 회견을 하고 요구안을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대통령에 전달할 요구안은 △12년간 국가폭력과 마을공동체 파괴 진상조사와 공식사과, 책임자 처벌 △재산·건강 피해 실태조사 △'제2의 밀양'을 만들지 않게 전원개발촉진법 폐지 등 에너지 관련법 개정 △신규 핵발전소 중단과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함께 밀양송전선로 철거 약속 등이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는 "모든 과제가 한꺼번에 해결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잔인하게 짓밟고, 돈으로 마을을 갈가리 찢어놓았는지 그 진상을 조사하고, 국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무엇보다 시급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송전탑 철거와 관련해 "상업운전이 시작된 이후 밀양 송전선로 평균 이용률은 26%(2015년 6~2017년 2월, 한전 국회 제출 자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대통령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항의 회견과 함께 경찰에게 폭력사죄와 '인권친화형 경찰'로 거듭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철성 경찰청장은 6·11행정대집행 당시 경남경찰청장이었으며, 당시 이성한 경찰청장은 퇴임 후 한국전력 감사로 갔다.

전국 연대자들은 17~18일 '탈핵 탈송전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을 다시 찾는다. '밀양송전탑 해결하고 탈핵의 나라로'라는 행사는 17일 밀양시내 행진(밀양은 지지 않았다)과 영남루서 기억문화제(송전탑을 뽑아내자), 18일 송전탑 길 걷기 등으로 진행된다. 주민과 연대자들은 18일 오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노후 핵발전소 폐쇄에 맞춰 탈핵부산시민연대가 부산서 개최하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 문화제'에 참가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는 <경남도민일보> 정책질의에 전원개발촉진법 개정, 발전소·송전선로 입지선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주민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특히 지난 5일 부산 유세장에서 밀양주민이 건넨 '밀양 765㎸ 송전탑 OUT!'이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때는 '밀양 765㎸ 송전탑 전면 재검토' 공약을 했었고,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6월에는 농성장을 찾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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