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모두 국회의원 전무
지방의원 수도 대폭 감소
여론조사 지지율 떨어져
내년 지방선거 성적 촉각

29일 극적으로 고비를 넘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 갈등의 최대 수혜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었다.

대통령선거 패배 후 활로 모색에 부심하던 두 당은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문재인 정부와 자유한국당을 긴장케 하는 한편, 국민 이목을 집중시킴으로써 모처럼 존재감과 존재 이유를 과시했다는 평가다.

인사뿐만 아니라 향후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안·예산안 등도 이 같은 '물고 물리는' 각 당의 이해관계 속에 타협점을 찾아나갈 가능성이 크다.

시선을 경남으로 옮기면, 그러나 이야기가 다르다. 국회 의석 하나 없는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존재감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바른정당의 경우 도내 터줏대감 격인 김재경(진주 을)·이군현(통영·고성)·여상규(사천·남해·하동) 의원이 깃발을 올리며 지역 정가를 뒤흔들었지만 대선 막판 끝내 한국당에 '백기투항'했다.

지방의원도 마찬가지여서 13명이던 도의원은 2명밖에 안 남았고, 시·군의원도 30여 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신성범 바른정당 경남도당위원장은 최근 경남CBS와 인터뷰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의 집단 탈당과 관련해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며 "저도 국회의원 해봤지만 내년 지방선거 걱정되지, 지지율 안 오르지, 이러다 죽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을 테고,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바른정당은 '독자 생존'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한국당과 통합 역시 완전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신 위원장은 "가장 좋은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보수 혁신을 바라는 국회의원이 한국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함께하는 것"이라며 "만약 한국당이 친박 세력에 일정 부분 정치적 책임을 지우고 그다음에 우리한테 같이하자고 하면 (그것도) 고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약진에 힘입어 하선영 경남도의원·김하용 창원시의회 의장이 입당하는 등 주가를 높였으나 근래 당 지지율 하락이 심각하다.

지난 23~25일 한국갤럽이 진행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경남·부산·울산에서 7%를 기록했다.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가 현 문재인 대통령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당 지지율 또한 아무리 낮아도 10% 이상은 넘었던 경남이지만 하루아침에 제3당 자리도 위태한 신세에 몰린 것이다.

'미래'도 몹시 불투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선과 똑같은 딜레마적 상황이다. 진보 쪽을 바라보자니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굳건히 버티고 있고, 보수 쪽으로 향하자니 한국당도 모자라 바른정당까지 꿈틀대고 있다.

전현숙(국민의당·비례) 경남도의원은 30일 전화 통화에서 "보수-진보로 첨예하게 갈린 정치구도하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세력이 살아남기 얼마나 힘든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솔직히 새 인물 영입, 외연 확대, 지방선거 준비 등 모든 게 막막해진 상황이다. 국민에게, 도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간다는 마음으로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착실히 노력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의 경남에서 '안착' 여부는 결국 내년 지방선거에서 판가름날 공산이 커 보인다. 현재로선 경남도지사와 각 기초단체장 등 주요 선거구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한 두 당의 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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