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원문고개 산비탈 길이 150m 성곽 발굴 "국가적 상징 지닌 사적"

통영 옛 지도에 정확히 나타나는 임진왜란 이후 통영 입구이자 통영성의 일부인 원문성터가 발견됐다.

성곽이 발견된 장소는 통영 진입 시 통영 입구인 원문고개 우측 바다 쪽 산비탈이다.

원문고개는 통영으로 들어오는 고성반도 끝 산언덕을 말한다. 이곳은 고성반도에서 가장 좁고 잘록해 산허리를 막으면 통영 출입이 불가능한 천혜의 요새다.

많은 옛 통영지도와 문헌은 이곳에 원문성이 있음을 나타냈지만 그 위치와 성터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 같은 문헌 등 기록을 근거로 학계와 전문가들은 원문성터 존재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문화재청이 이 지역 정밀발굴조사를 통영시에 통보하고 이달 초 국보학술문화연구원을 통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 조사에서 최근 원문성터로 추정하는 성곽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통영시 무전동 원문고개 아래 바닷가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원문성터. 성터는 산언덕에서 바닷속까지 뻗어 있다. /허동정 기자

원문성은 1682년(숙종 8년) 원상(元相) 통제사 때 원문고개에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2층 문루는 '공신루(拱辰樓)'라 했고 다락 위층에는 '삼도대원수원문(三道大元帥轅門)', 아래층은 '삼도대도독원문(三道大都督轅門)'이란 편액을 걸었다고 기록했다.

최근 미국에서 판매돼 통영 거북선호텔이 구입·전시하는, 통영에 단 1점뿐인 1830년대 진품 통영고지도에는 이곳 원문성 위치와 모양, 규모가 비교적 잘 그려져 있다. 이 지도에는 원문고개 언덕에 2층 누각이 있고, 성벽은 3층으로 쌓인 듯한 모양의 성벽이 바닷속까지 길게 연결돼 있다.

원문성이 자세히 그려진 통영 옛지도 한 부분

31일 성곽 발굴 현장에서 본 원문성벽 추정지는 옛 지도와 똑같이 바다까지 성벽이 뻗어 있는 희귀한 모양이었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성터로 보아 현재 원문고개 사거리 신호등이 있는 자리에 2층 관문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발견된 성곽은 대부분 훼손돼 낮게는 30㎝ 정도이고, 높게는 1.5m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길이는 무려 150m 정도가 바다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성벽 너비는 2.5m 정도로 보였다.

현재 성곽 윗부분은 모두 훼손돼 확인이 어렵고 아랫부분만 발굴로 확인되고 있다.

성벽은 진주성과 같은 정밀 석물 구조는 아니고 대부분 주위 큰 돌과 작은 돌을 가지고 다소 정밀하지 않게 쌓았다.

성터 옆은 한센인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애조원 마을로 현재 1269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등 주택단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발굴 조사를 하는 국보학술문화연구원 관계자는 "문헌에 나와 있는 석성 성곽이 확인돼 조사를 하고 있다"며 "유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지금 성벽 자체는 조금 조잡한 형태로 나온다. 윗부분은 경작을 많이 해서 대부분 훼손됐고 하부만 보이는 구조다"고 밝혔다.

통영 문화계는 이번 발굴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통영문화원 김일용 원장은 "원문성은 문화재로 지정된 통영성의 입구다. 원문성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막기 위한 해군사령부 격인 삼도수군통제영의 일부로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일반 읍성과 비교할 수 없는 국가적 상징성을 가진 사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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