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이상 모여 숙성하는 발효 이치 접목
홀로행정 한계 협치·조화로 풀어가야

'발효식품'의 공통점은 홀로서는 이룰 수 없다는 점이다. 인삼주는 인삼과 술에 설탕이 만나야 하고, 된장은 콩과 소금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 새로운 결과물은 서로 다른 성질인 둘 이상이 모여 일정한 숙성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요약하면 '협치와 조화'다. 이런 이치를 김해시 행정에 접목해보자.

시는 정부의 김해신공항 확장을 계기로 '공항도시'를 꿈꾸고 있다. 허성곤 시장은 공항 주변 100만여 평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부산시는 공항 주변 그린벨트를 풀어 도시발전을 도모하는데 김해시는 피해만 보고 있다는 이유가 한 요인이다.

시는 지역 산업단지화로 동남권 최대 기업도시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더불어 가야사 2단계 사업을 추진해 가야고도 김해 부활도 꿈꾸고 있다. 실현가능성은 문재인 정부와 시가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김해는 여당 시장에 지역 국회의원까지 같은 당이다. 문제는 이런 굵직한 사업들은 시장 혼자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전 직원의 강한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시가 호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대업(大業)'들을 성사시키고자 한다면 시장은 국·과장급들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계장 이하 하부조직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돌 하나를 던져 호수 전체에 물결을 일렁이게 하는 '물수제비 놀이'와 같은 원리다. 그런데 허 시장은 마치 이 산을 저 산으로 옮기려는 '우공이산'이라도 하듯 매사에 혼자서만 일하려는 모습이 강하다.

그가 일로써 승부하겠다는 시장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는 시민의 행복일 수도 있다. 공직 38년간 축적한 행정자산이 많으므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가 꿈꾸는 대업을 이루려면 방향이 틀렸다.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혼자서만 일을 처리하다 보면 직원들은 독립(자립)심보다는 '높은 분'에게 의지하려는 의타심만 배양되기 때문이다.

이런 실상은 최근 시가 추진하려다 실패한 장유율하도시개발사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사업의 실패는 시의 소극적 행정이 한 원인이었다. '설마' 하는 안일한 행정으로 시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박석곤 기자.jpg

꼭 시에 필요한 사업이라면 관련 부서가 적극적으로 시의원들을 설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시장과 같은 여당 시의원들조차 이 사업 관련 조례안 통과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 고위급들은 시장만 바라보고, 시장은 혼자서 일 처리를 다하겠다는 소위 '홀로행정'으로는 거대한 시 조직의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홀로행정'은 시 행정시스템의 붕괴를 부른다. 지금 시에는 혼자가 아닌 전 직원들이 서로 협치와 조화를 이루는 '발효행정'이 필요할 때다. 그 길만이 '하루가 여삼추'인 허 시장도 살리고, 시도 사는 길이다. 산을 옮기는 것도 혼자서 10년이면 여럿이 협력하면 1년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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