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권 허문화 차예경 정순화

오는 6월 18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원자력 발전소가 폐로 작업에 들어간다. 고리 원전 1호기가 그 대상이다. 고리 원전 1호기 폐로를 '기념'해 그간 노후 원전 폐로 활동에 앞장서 왔던 경남지역 활동가들을 모아 '탈핵 관련 끝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허문화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차예경 양산시의원, 정순화 경남 한살림 환경위원이 참석했다.

"우리나라 전기 충분하다니까요"

Q. 가장 먼저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율을 알려 주십시오.

박종권: IAEA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 가운데 30.3%가 원자력 발전소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일어나기 전 일본과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가 지금 몇 개고,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 예정입니까?

정순화: 현재 25기가 있으며, 건설 중인 것이 5개 있습니다. 또한 건설 준비 중 6개가 있습니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건설 또는 건설 준비 중인 원전 13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입니다.

123.jpg
▲ ‘탈핵 관련 끝장 간담회’에 참여한 (왼쪽부터) 차예경, 정순화, 허문화, 박종권 씨. / 임종금 기자

Q. 원자력 발전소 중에 30년 이상 된 곳은 몇 개고, 전력 생산에서 얼마나 차지합니까?

박종권: 25기 가운데 7기가 30년이 지난 원자력 발전소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전기 생산량의 7% 정도 됩니다.

Q.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쓸 때인 여름철 성수기에 전력에 여유가 있습니까?

정순화: 전력 예비율이 보통 20% 정도 되고, 작년 8월에 8.5% 정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작년 한창 더울 때인 7월 29~30일에 6개 원전이 정비로 가동 중지된 상황에서도 전력 예비율이 13.5%나 됐습니다.

박종권: 우리나라는 500만 kW 이하일 때 주의 단계에 들어가는데 작년 가장 소모량이 많을 때도 722만 kW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200만 kW 이하가 되면 관리에 들어가고, 150만 이하가 되면 기업에 순환 정전을 합니다.

Q. 전력 소모량 중 평균적으로 가정용과 산업용 비중은 어떻게 됩니까?

정순화: 2014년 기준 가정용 13.5%, 산업용 57.1%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농업이나 상업입니다. 산업용은 확실히 제조설비·생산라인이 있는 곳만 산업용으로 칩니다. 게다가 2003년 이후에는 가정용은 줄고 있고 산업용은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황당한 겁니다.

박종권: 가정용 전기 소비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반밖에 안 씁니다. 요금이 싸고, 할인도 많이 해주니까 산업용 전기를 너무 많이 쓰고 있다고 봅니다.

Q. 지금은 좀 뜸해졌지만, 혹시 우리나라에서도 블랙아웃(대정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박종권: 전력거래소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블랙아웃이라는 말은 자기들이 쓰지 않았는데 언론에서 썼다고 합니다. 작년부터 블랙아웃 얘기 안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대정전 사태 안 온다는 것을 아니까요. 애초에 가능성이 없는 얘기입니다.

Q.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멈출 경우 블랙아웃에 대비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박종권: 저희에 대해서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아무리 전력 사정이 좋아도 원전 25개를 모조리 한 번에 끄자고 하는 건 아닙니다. 저희도 그런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전체 설비량을 따져 보면 원전이 한 2200만 kW 정도 되는데 그걸 동시에 다 없앨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노후 원전이랑 신규 원전을 중지하면서 원전의 비율을 낮춰가자는 겁니다.

원자력 발전소 뭐가 문제인지 들여다보니

Q. 곧 고리 1호기 폐로가 시작됩니다. 언제 고리 1호기가 완전히 사라집니까?

박종권: 열을 내기 때문에 5~7년 동안 식혀야 합니다. 주변 건물부터 제염, 철거, 처분, 복원 작업까지 해야 합니다. 처분 단계로 지연처분과 즉시 처분이 있습니다. 즉시 처분은 20~30년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고, 지연처분은 60~90년 동안 서서히 단계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즉시 처분은 작업자가 피폭이 되고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켜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Q. 뭔가 답변이 막연한데, 그럼 폐로 작업은 언제 마무리된다는 건가요?

박종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원전을 해체하는 건 짓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솔직히 완전히 해체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폐로에 필요한 작업 38개 작업인데, 지금 18개 작업만 개발됐습니다. 게다가 폐로를 하면 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전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폐로에 얼마나 걸릴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123.jpg
▲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 임종금 기자

Q. 폐로 작업에 가장 큰 문제가 뭔가요?

박종권: 관련 법령도 없고, 폐기물 처분하는 방법이 없습니다. 원전 전체가 다 폐기물입니다. 처분할 장소를 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중저준위 폐기장을 확정하는 데 25년 걸렸습니다. 그런데 중저준위 폐기장보다 훨씬 위험한 폐로 폐기물 처리장에 있어서 지역 동의는 불가능합니다.

허문화: 고준위 핵폐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발전소에 임시로 보관 중입니다. 새 발전소를 지으면 또 보관소를 짓고는 식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셈입니다.

박종권: 폐로에 대해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정부는 10년 전 기준으로 폐로 비용을 6300억 원으로 추산했지만, 다른 나라를 보면 최소 1~2조 원 정도로 봅니다.

Q. 그럼 폐로도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그냥 노후 원전이라도 잘 수리해서 쓰면 안 될까요?

정순화: 월성 원전 1호기만 해도 100군데 이상 녹슬었습니다. 노후 원전을 고쳐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고리 1호기 10년 연장할 때도 고치는데 7000억 원 들었습니다. 고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습니다.

Q. 원전 비리가 심각하다는데 얼마나 심각하다는 건지 말씀해 주십시오.

정순화: 원전 산업은 실질적으로 독과점 산업입니다. 두산중공업이 거의 단독으로 핵심 설비를 납품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설비를 삼성물산 SK건설이 나눠서 납품합니다. 신고리 5, 6호기 사업비 예산 8조 6254억인데.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두산중이 2조 3000억 원 정도 가져가고, 주변 설비는 삼성물산-두산중공업-한화건설 컨소시험에서 1조 1775억 원에 가져갑니다. 너무 손쉬운 시장입니다. 게다가 원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청업체 재취업하고 관련 연구비를 학계에서 갖게 됩니다. 서울대 원자력 핵공학과에서 전문직 가운데 40%를 육성해 냅니다. 그러니 일하는 사람, 관리하는 사람, 연구하는 사람 모두 같은 식구인 셈입니다. 핵마피아라는 단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비리가 처음으로 드러난 게 2012년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해 납품한 것으로 2012년 5월~2014년 7월까지 유죄로 판정된 게 94건이나 됩니다. 정부 차관, 원전 사장. 최고위직부터 말단 직원까지 다 걸려들었습니다.

박종권: 이 외에도 신품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부품을 그대로 칠만 해서 넣어 준 것이 있는데, 그게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됐습니다.

허문화.jpg
▲ 허문화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임종금 기자

Q. 우리나라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나는가요? 

정순화: 2012년 2월 9일에 고리 1호기 블랙아웃 사건이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 무려 12분이나 전기가 완전 상실됐습니다. 그것도 은폐했었는데, 우연히 부산시의원이 식당에서 들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엄청난 사건인데 쉬쉬 됐습니다. 만약 고리 1호기가 가동 중이었다면 후쿠시마 같은 큰 사고가 터졌을 것인데, 다행히 가동 중지하고 점검하는 상태였기 무사했습니다.

허문화: 원전을 가동하려면 물과 전기가 꼭 있어야 합니다. 초당 70톤의 물이 필요합니다. 물을 공급하려면 펌프를 돌리고 계속 냉각을 해줘야 합니다. 고리 원전 1호기에 6개 전기선이 있었는데 모두 중단됐습니다. 12분 만에 외부 전선으로 복구하고 핵연료 온도가 올라가다가 복구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냐면 체르노빌 원전은 가동 중일 때 겨우 4초 만에 냉각재 공급이 없어서 터졌습니다. 이 외에도 얼마 전 한울원전 5호기에서 1차 냉각재 다량 유출 사고, 2014년 11월에 고리 1호기 화재도 있습니다. 저준위 핵폐기물 보관장소에서 불이 났는데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최근 월성 3호기 점검하다가 격납고에 수소를 제거하기 구멍을 뚫었는데 제대로 메우지 못해서 40여 개 구멍을 남겨둔 적이 있습니다. 한빛 1, 2호기, 고리 4호기 철판 부식 문제 등 크고 작은 사고나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종권: 현재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된 것이 600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내부 제보로 알려져서 어쩔 수 없이 보고한 겁니다. 쉬쉬한 것이 더 많습니다. 1989년에 고리에서 노동자가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3등급) 가장 큰 사고이고, 2011년 신고리 1호기에서 냉각수 밸브가 열려 백색 비상사태가 발령되기도 했습니다. 울진 3호기에는 냉각수 유출로 108명이 내부 피폭됐었고, 영광 2호기에서 1998년에 방사능 유출로 310명이 피폭된 적도 있습니다.

Q. 아줌마들 카페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됐다고 해산물을 먹지 말라고 하던데. 이게 근거가 있는 말인가요?

정순화: 2016년 '국민다소비 수산물 방사능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방사능 유통 허용치를 초과한 일본산 수산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후쿠시마산 수산물도 수입되고 있습니다. 명태, 숭어 등 수산물 10개 중 2개꼴로 방사능이 검출되었습니다.

허문화: 해산물이 걱정입니다. 이게 참 애매한 게 있는데요. 물고기가 일본에 있다가 이동해서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잡히면 국내산 물고기가 되는 겁니다.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박종권: 일단 일본산 수산물은 안 먹어야 합니다. 대구, 명태 등을 일본에서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요. 원산지를 제대로 밝히고, 일본산을 피해야 합니다.

차예경: 멸치 같은 경우에는 방사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쌍끌이처럼 긁어와서 대량으로 찝니다. 찔 때 국내산 일본산 구분 없이 한목에 몰아넣고 찝니다. 이 외에도 표고버섯, 일본 수입 맥주, 유럽산에서는 체르노빌 영향으로 베리류에서 계속 방사능이 검출됩니다.

123.jpg
차예경 양산시의원. / 임종금 기자

Q. 여기 계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탈핵(탈원전) 일정을 제시한다면?

박종권: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입니다. 월성 1호기가 가장 위험합니다. 법원이 중지 판결을 내렸지만 가동 중입니다.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재점검하고 인구 밀집지에 건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합니다. 이후 신규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수명 연장 금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진 때문에 위험하기 때문에 월성 원전부터 가동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나서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에너지 절약 정책(산업용 중심)으로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전기요금 현실화해야 합니다. 에너지 관련 건축 규정을 강화해야 합니다. 건물만 제대로 지으면 에너지를 20% 가까이 아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공장이나 농장 같은 곳에 자가 발전기가 원전 19기 규모인 무려 8만 대가 있습니다. 피크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2%에서 20%로 올리면 저희가 생각하는 탈핵 시기는 대략 2030년이면 가능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원전 참사 일어나면 대응 불가능"

Q. 저도 영화 판도라를 봤습니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는데, 혹시 영화에서 누락하거나 축소하거나 잘못 묘사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허문화: 영화에서 긴급 투입되는 구조대원들이 피폭 때문에 원전 바로 옆에서 서 있을 수 없습니다. 2~3시간마다 구조대원들을 교체해야 합니다. 1차 냉각재로 추정되는 방사능 오염수가 터져 오염수를 뒤집어쓴 사람이 거동이 가능한 것으로 나오는데, 고농도 오염수는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멀쩡하게 거동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를 지하로 내려앉히는데, 우리나라 원전은 지하가 없고 내려앉게 하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소장이 마스크 하나로 견뎌낸다는 것은 영화이기 때문에 그냥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말입니다.

차예경: 피폭된 사람들, 특히 원전 방사능 구름 밑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 다 죽습니다.

123.jpg
정순화 경남 한살림 환경위원. / 임종금 기자

Q.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참사는 어떻게 생겼고,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허문화: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에 130킬로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고 2차례 쓰나미가 덮쳤습니다. 오후 3시 37분 모든 전원이 상실됐고 냉각수 공급이 안 되니까 원자로 온도와 압력이 상승했습니다. 원자로 내 압력을 빼는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인부가 접근할 수 없으니 압력을 빼지 못해 그냥 폭발한 것입니다.

박종권: 현재 정확한 상태는 알 수 없습니다. 사진을 못 찍으니까. 원자로 인근에서는 로봇도 작동 안 되고 쇠도 녹습니다. 제 예상엔 멜트 쓰루라고 원자로 쇠를 뚫고 핵연료가 내려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순화: 현재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매일 300톤의 물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인류의 기술력으로는 물을 쏟아붓는 게 한곈데, 차라리 콘크리트를 쏟아붓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종권: 기존 원전은 규모 6.5, 새로 짓는 건 규모 7.0 지진에 대비돼 있습니다. 문제는 월성 원전은 규모 6.5까지 견딜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구조적으로 보강 조치가 극히 어렵다고 합니다. 그게 걱정입니다.

532376_406433_1033.jpg
▲ 고리원전 반경 인구 밀집도. /경남도민일보 DB

Q.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참사가 나면 어떻게 하게 돼 있는가요? 그 방안이 현실성 있는가요? 

차예경: 매뉴얼에 따르면 대피가 첫 번째입니다. 다음으로 방호약이 필요한데 일본은 각자 집에서 보관하지만 우리나라는 보건소에 있습니다. 또 대피라는 것도 행정구역 안에서 우리로 치면 양산시 안에서 합니다. 양산 웅상읍이 고리 원전에서 11.5km 떨어져 있고, 양산시 가장 서쪽 끝으로 가도 고리 원전에서 불과 30km입니다. 이 안에서 방재를 하면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가 경상남도에 얘기하는 게 '이 업무는 광역에서 해야 한다. 일선 기초 단위로는 못한다'고 주장하는 근거입니다. 그리고 방재 훈련도 엉망입니다. 팜플렛 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있는 것이 끝인데, 1년에 한 번 훈련을 하고는 있지만 민방위 훈련 수준이고 양산시민은 그런 훈련을 하고 있는 것조차 모릅니다. 특히 동부 경남이 취약한 이유는 원전 특별회계를 못 받기 때문입니다. 그건 5킬로 이내에 원전이 있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부산은 특별회계로 측정장비 설치, 전광판 설치, 식품 검사, 대기 오염도 측정해서 공개하고. 중요시설에 원전에 대한 현황을 계속 보내줍니다.

허문화: 하다 못해 시민 교육 예산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산 시민을 대상으로 방사능 유출 사태가 생기면 어디로 갈 것인지 물어보니, 모두 고속도로로 가겠다는 겁니다. 서쪽인 밀양으로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Q. 그런 점에서 양산시는 방사능 비상계획구역을 고리 원전 반경 30km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확대되면 어떤 대책이 생기나요? 

허문화: 앞서 얘기했다시피 30km로 확대되면 교육이나 홍보라던가 사이렌 소리가 몇 번 듣고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차예경: 상황이 터지면 어차피 국가가 책임은 못 질 것이고, 다만 시민들이 알아서 각자도생이라도 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30km로 확대해 달라고 하니까 일본 후쿠시마가 20km라서 충분하다는 말을 합니다. 솔직히 30km로 확대하면 304만 명입니다. 그게 감당이 안 되니까 하는 말 같습니다. 울산은 30km로 지정했습니다.

538118_410782_0534.jpg
▲ 5월 18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정의당, 녹색당 등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와 월영광장 일대를 행진하며 핵발전소 반대 캠페인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신재생에너지 시대로, 에너지 걱정 없는 시대로"

Q. 여러분이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는 아니지만, 탈원전 주장을 하시면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된다고 하니 몇 가지 여쭙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신재생 발전 비율은 얼마나 됩니까? 

박종권: 정부에서는 대내적으로 5.5%라고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1.9%이나 2.1%를 제시합니다. 폐기물 소각까지 포함해서 신재생이라고 고집하지만 해외에서는 인정 안 합니다. 1990년에는 6%였습니다. 거의 제자리걸음입니다. 독일은 1990년에 4.6%로 우리보다 못했습니다만 2015년에 32.2%까지 올라왔습니다.

Q.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어떻게 됩니까? 원자력 발전소와 비교 가능합니까? 

박종권: 풍력발전 단가는 전 세계적으로 석탄(71원)과 비슷합니다. 작년 네덜란드가 1kW에 109원, 스웨덴은 75원까지 떨어졌습니다. 태양광발전 단가는 UAE에 800MW 규모로 발전소를 짓는데 2.99센트. 30원입니다. 가정용 3kW 발전기가 300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태양광 발전은 거의 단가가 공짜로 될 것입니다. 미국 월마트에서 고객에게 전기차 충전을 무료로 해줍니다. 태양광발전이 워낙 싸니까 가능한 겁니다. 가스 발전은 130원입니다. 원자력 발전단가는 63원 정도 합니다. 그러나 이건 최저로 잡은 겁니다. 일단 원전은 사고 보험을 못 듭니다. 사고 보험 비용이 계산 안 된 상태고, 사후 연료 처리 비용, 지역주민 보상 비용, 원전 부지 비용 만들 때도 정부 비용으로 해주는데 이런 비용도 빠졌습니다. 이런 것을 합산하면 실제 원전 단가는 크게 높아집니다. 국립환경정책평가 연구원이라고 있는데, 제일 싸게 하면 110원, 제일 비싸게 하면 371원까지 나옵니다. 재생에너지하고는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Q. 하지만 다른 나라는 국토가 넓으니 훨씬 효율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박종권: 벨기에 영토는 우리나라의 1/3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4%입니다. 우리나라와 국토 면적이 비슷한 루마니아는 전체 에너지의 42%, 조금 큰 노르웨이는 98%입니다. 이미 도로공사에서 고속도로 나들목과 휴게소에 2025년까지 태양광 발전소 80개 설치해서 고속도로에서 쓰는 모든 전기를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고속도로변만 사용해도 엄청난 면적입니다. 새로운 땅을 개발하거나 임야를 개발할 필요가 젼허 없습니다. 8000만 kW를 태양광 발전으로 됩니다. 우리나라 모든 건물 옥상과 주차장에만 설치해도 태양광으로만 8000만 kW까지 생산 가능합니다. 과수원에도 할 수 있습니다. 빛이 투과하는 태양광 패널도 만들어졌습니다. 제주도 감귤 농장은 2030년까지 100% 자연에너지로 하고 있으며, 유럽 같은 데는 휴경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시골에 빈 땅이 많지 않습니까? 땅이 좁다는 건 변명이 되질 않습니다.

123.jpg
▲ 독일의 풍력발전시설. /경남도민일보 DB

Q. 지금 풍력발전은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박종권: 그래서 유럽에서는 풍력발전소 인근 주민을 주주로 참여시켜서 수익을 보도록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3면이 바다 아닙니까? 해상풍력으로 가야 합니다. 육상은 너무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에 풍력이 맞지 않습니다.

Q. 혹시 태양광·풍력 외에 다른 신재생에너지나 친환경 발전이 있습니까? 

박종권: 지열발전은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유럽엔 지열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수력은 댐이 아니라 낙차가 1.5m만 되어도 발전 가능한 소수력 발전이 있습니다. 흐르는 물에 터빈만 돌려도 되니까요. 미국은 소수력 발전으로만 원전 60기 발전량이 나옵니다. 호주도 소수력 발전소가 2600개로 전체 전력 생산량의 60%를 감당합니다.

Q. 끝으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허문화: 신고리 5, 6호기를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하셨습니다. 신고리 5, 6호기는 문제가 많아 탈핵진영에서도 필사적으로 반대를 하는데도 너무 빨리 진행되는 듯 합니다. 공정률이 25%를 조금 넘었는데 지금이라도 즉시 중단하고, 재검토하여 백지화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종권: 신고리 5, 6호기 중단만 하면 백지화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신고리도 문제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수명 연장 안 하겠다고 했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고 하니까 실현 가능한 수치고 실제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 산업용을 올리는 것,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대통령 직속으로 하겠다는 것도 우리가 요구하던 것입니다.

정순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2060년까지 탈핵을 한다고 발표한 것은 고무적입니다. 다만 그 시기가 너무 늦습니다. 저는 2030년 무렵까지는 탈핵하도록 공약하길 바랐습니다.

간담회가 끝났다. 그들은 탈핵에 자신감이 넘쳤다. 원전 없어도 그리 쉽게 무너질 나라가 아니고, 신재생에너지나 자가 발전기, 본문에 언급은 안 했지만 셰일가스 등 해법이 다양했다. 박종권 대표는 "후손들은 에너지 걱정 없는 시대에서 살게 될 거다"고 호언장담했다. 결국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123.jpg
▲ ‘탈핵 관련 끝장 간담회’에 참여한 (왼쪽부터) 차예경, 정순화, 허문화, 박종권 씨. / 임종금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