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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기] (8)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

기성관·질청…관아 흔적 우여곡절 속 옛모습 간직
60년 세월 거제초교 본관양귀비 활짝 메운 성당
과거·현재 어울린 풍경 거제의 오늘 다독여줘

2017년 06월 02일(금)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거제 장평동에 최근 입주를 시작한 주상복합 건물이 보인다.

49층짜리 건물은 조선업 경기 악화 흐름과 무관하다는 듯 하늘을 찌르고 섰다. 주변 풍경은 거대한 마천루에 눈길을 빼앗겨 더욱 생기를 잃는다.

장평동에서 다시 차로 10여 분 달렸을까. 마을을 품은 동산(141.7m)이 보이고, 정상에는 살며시 솟은 정자 하나가 객을 반긴다. 거제면 동상리다.

동상리에는 옛 거제현 관아 흔적이 남아 있다.

거제현 관아 건물 하나인 '동헌'은 헐리고 그 자리에 면사무소가 들어섰지만, 부속 건물이었던 '질청'과 '기성관'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거제현 관아 부속 건물이었던 '기성관'.

옛 거제는 왜구 침략이 잦았다. 조선 초기 7곳에 군사기지를 세운 까닭이다.

1470년 거제현은 부로 승격했다. 몸집이 커지면서 일반 행정과 군사 업무를 함께 보게 됐다. 그때 고현성에 세운 건물이 기성관이다. 행정·군사를 함께 책임지는 거제부 관아 중심 건물이었던 셈이다.

시간이 지나 1593년 한산도에 삼도수군통제영이 생겼고, 기성관은 본래 목적을 잃었다. 대신 객사로 모습을 달리했다.

우여곡절도 겪었다. 임진왜란 당시 고현성이 함락되자 기성관은 불타버렸다. 1663년 현재 위치로 옮겨 다시 지어졌다. 지금의 기성관은 다시 1976년 완전히 해체했다가 복원한 모습이다.

기성관 뒤로는 화강석 벽면이 독특한 석조 건물이 자리한다. 등록 문화재 제356호 거제초등학교 본관 건물이다.

건축면적 886.8㎡, 전체면적 1764.7㎡ 규모. 지난 1956년 6월 다 지어졌고, 만으로 60년 세월을 품었다.

거제초교는 지난 1907년 개교했다. 110년, 켜켜이 쌓인 시간의 숨결은 가늠하기도 어렵다.

거제초교 정문에서 교정을 바라보면, 기성관과 본관 건물이 서로 스미듯 겹친다.

처음에는 가정집 온돌방이 학교로 쓰였다. 1911년부터는 기성관을 교사로 수리해 사용했다. 그러다 1956년 정부지원금 얼마와 지역주민의 헌금을 합쳐 비로소 본관을 세우게 된다.

주민들은 학교를 세우는 데도 함께했다. 화강석을 채석하고, 가공하고, 옮겼다. 붉은벽돌을 찍어내고, 마찬가지로 실어날랐다.

말없이 아늑한 석조 건물에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지역공동체가 함께 학교를 세웠다는 깊은 의미가 함께한다.

기성관 내부를 돌아 다시 문을 나서면, 왼쪽 비스듬한 정면에 질청 건물이 있다. 지방 관청 하급 관리가 사무실·서재로 썼던 건물이다.

▲ 거제여상과 맞닿은 반곡서원

현재는 'ㄷ' 자 형태이나, 옛 거제현 지도에는 'ㅁ' 자 형으로 나타난다. 일제 강점기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사라진 듯하다고 전해진다.

질청과 기성관, 거제초교 본관처럼 동상리는 과거와 근현대의 모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골목길에 들어서면 양귀비 꽃이 정원 한쪽을 장식한 천주교 마산교구 거제성당이 있고, 그 뒤로는 반쯤 허물어진 건물이 자리한다.

거제성당은 고즈넉한 모습과 넓은 품에서 포근한 기운이 전해진다. 폐건물은 언뜻 생을 다한 외양이지만, 그 앞에 누군가 작물을 기르고 외벽을 덩굴이 따뜻하게 품어 고른 숨을 이어가는 모습이 평온하기만 하다.

양귀비 꽃이 정원 한쪽을 장식한 거제성당.

조금 떨어진 곳에 양쪽으로 나무가 지켜선 길이 나있다. 길가에 놓인 비석에 빨간 글씨로 '향학로'라 쓰여 있다. 나무가 내어준 시원한 그늘을 따라 끝에 다다르면, 거제여자상업고교가 있다.

학교와 맞닿은 곳에 '반곡서원'과 암자 '세진암'이 있다. 거제초교·기성관·질청이 가까이 있듯, 이곳 또한 어울림이 유사하다.

문득 장평동에서 만난 마천루를 떠올린다. 주변을 잠식하는 풍경은 아무런 감정도 전하지 못했다.

옛것과 지금의 것이 한데 어울리는 동상리 풍경은, 하늘에 도전하는 인간의 욕심 앞에 소중한 물음을 던진다. 또한,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제 지표에 '일희일비' 말고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으라고 지금의 거제를 다독인다.

이날 걸은 거리 1.6㎞. 1777보.

질청 담벼락을 따라 마을을 찾은 손님 발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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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에서 음악, 무용, 정책을 담당합니다. 격주로 만보기를 차고 걷기도 하고, 읽은 책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