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부터 가동한 고리원전 1호기는 2017년 6월 18일 드디어 가동을 멈추고 폐로 절차를 밟게 된다. 그동안 수많은 고장이 있었음에도 운 좋게 방사선 누출 사고 없이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가장 끔찍한 사고는 2012년 2월 9일 6개의 전원 공급선이 모두 끊어지는 소위 블랙아웃 사고였다. 일본까지 깜짝 놀라 신문 1면을 장식할 만큼 아찔했던 사고였지만 한 달 동안이나 사고를 숨기기도 했다. 바람의 방향을 생각하면 일본 후쿠오카는 고리원전 사고 시 바로 피해 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는 10년을 더 연장하려고 했지만 수많은 시민과 환경단체 회원들의 반대 활동으로 결국 폐로의 길을 가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 폐로이다. 폐로 원전 자체가 거대한 방사성 폐기물이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처럼 쉽게 철거할 수 없다. 가까이 가면 작업자가 방사능에 피폭되기 때문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가동하지 않더라도 계속 열을 내기 때문에 최소한 5년 이상 냉각시켜야 한다. 어느 정도 냉각이 된 후 제염, 철거작업이 시작된다. 폐로 시작부터 토지 복원까지 최소한 30년은 소요된다. 영국은 원전 해체 기간을 90년으로 잡는다. 작업자의 안전을 생각하여 방사능 세기가 줄어들 때까지 기다림과 작업을 반복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폐로 비용은 얼마이며 핵폐기물은 얼마나 나올 것인지, 또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계획서를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고리1호기 폐로는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가 많은 일이다. 폐로 과정에서 작업자가 피폭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함은 물론 엄청난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문제 중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정부 계획은 핵폐기물 처분장을 새롭게 찾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현 원전 터 내 50년 동안 임시로 저장하고 50년 후 미래 세대가 영구 처분할 방법을 찾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 세대가 풀지 못하는 숙제를 미래 세대가 알아서 풀어 보라는 것이다. 40년 동안 핵발전소 지역 주민으로 암 발생과 재산피해 등 어려움을 겪고 살았는데 10만 년을 관리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소까지 떠안으라고 할 때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세계 어느 나라도 안전하게 처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핀란드에서 처분장 한 곳을 건설하고 있는데 단단한 바위를 지하 500m까지 뚫고 또 옆으로 1000m를 더 뚫어 그곳에 보관하고 10만 년을 관리한다. 경기도 넓이만한 단단한 바위를 뚫어 처분장을 만들고 있다.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는 이 현장을 방문한 후 친원전에서 탈원전으로 돌아섰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처분장을 도저히 짓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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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을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되는 날을 기점으로 탈핵 원년을 선언해야 한다. 탈핵 선언은 미래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일본은 전직 총리 6명이 재임 시 원전 건설을 승인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지금 3년 이상 멈춰선 39기의 원전 재가동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극우 정치인 고이즈미 전 총리는 원전의 재가동은 범죄행위라면서 수출마저 반대하고 있다. 핵에너지는 반인간적이고 대량 살상 에너지라는 사실을 인식한 결과다.

벌써 원전 마피아들의 조직적 저항이 시작됐다. 언론 기고나 세미나를 통해 핵발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기득권의 저항에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고 미래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탈원전 공약을 실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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