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희·관객 어우러진 진주교방 춤판
촉석루 옆 장소 옮긴 건 '신의 한수'

지난달 27일 진주논개제가 열린 진주성(촉석문)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했다. 촉석루 출입문 앞 광장에 흥겨운 춤판이 벌어진 것이었다.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 춤판에 시선을 뺏겼다. 분명히 '진주교방 악가무 공연 및 체험'이란 안내판이 있는데 난데없이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왔고, 특설무대에는 한복을 입은 무희와 일반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고 박수까지 쏟아졌다.

진주교방 악가무는 진주검무와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 진주 포구락무를 통칭하는 것인데 음악과 춤에 조예가 있지 않으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기가 어려운 '참 재미없는 공연'에 속한다. 그런 공연을 관람객이 손뼉을 치면서 어우러지는 게 신기해 2시간 정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진주검무 등 3개의 공연이 이어지고 나서 체험이 이어졌다. 칼을 사용하는 법과 소고를 들고 춤을 추는 법 등을 세심하게 가르쳤을 뿐 아니라 의기 논개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암별제를 해설을 곁들여 시연했다.

체험자들이 소고를 들고 장구 장단에 맞춰 춤추는 것을 어려워하자 사회자가 직접 나서 음향감독에게 빠른 노래를 요구했고, 이어 신나는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회자가 앞장서자 체험자들이 곡에 맞춰 신나는 춤을 추었고 보는 이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체험 시간 내내 남녀노소가 한데 어우러졌고, 특히 어르신과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의암별제 체험에서는 의기 논개에게 차를 올리려고 줄까지 서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체험이 바로 이런 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 축제의 추세는 체험이다. 눈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함으로써 축제의 재미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축제에 체험을 도입하지만 실상은 형식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면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적극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진주교방 체험장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한 명이라도 더 체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섰고, 60~70대로 보이는 진주민속예술보존회 소속 예능보유자와 이수자들의 노력은 30도가 넘는 더위를 무색게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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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가 올해 처음으로 열린 것은 아니다. 매년 촉석루 위에서 행사를 하다 보니 접근이 어려워 아주 평범한 체험 행사에 그쳤다. 올해 행사장을 촉석루 옆 광장으로 옮긴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진주성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곳에 무대를 꾸며 노출성이 좋았고, 파라솔과 의자를 마련해 관람객들이 앉아서 제법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소중한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지만 지켜가는 방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전통문화는 지켜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중이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느끼고 사랑할 때 전통문화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지켜야 할 당위성이 생긴다. 진주교방 체험장은 그런 것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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