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선 승리엔 한뜻 매진, 대선 이후 당권 둘러싸고 대립
내년 도지사 선거도 주목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당권을 놓고 '오랜 악연'인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박완수(창원 의창) 의원이 충돌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홍)로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박)으로서 한국당 대선 승리에 함께 매진한 두 사람이었으나 한 달도 안 돼 이전 관계(?)로 되돌아간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제 있는 특정 계파의 상징적인 인물이나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은 (당대표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인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박 의원이 속한 친박계 핵심 인사는 물론, 대선 후보였던 홍 전 지사까지 겨냥해 '불가론'을 펼친 것으로 해석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홍 전 지사 역시 박 의원 발언 직후 친박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아직도 구체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몸부림치는 세력이 극히 일부 엄연히 존재한다. 보수가 궤멸되는 줄도 모르고 자기 자신의 영달에만 매달리는 그런 몰염치한 인사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청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두 사람의 공방 아닌 공방이 주목받는 건 비단 '홍이냐 친박이냐' 당권 향배가 궁금해서만은 아니다. 지난 2012년·2014년 두 차례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지역 패권을 둘러싼 혈투와 향후 같은 구도가 반복될 가능성 등이 겹쳐져서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 후 박 의원이 '초선임에도' 당 최고위원·비상대책위원, '재창당 태스크포스' 단장에 잇따라 선임됐을 때였다. 도내 한국당 한 인사는 사석에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해석을 던진 바 있다.

"친박 핵심이든 당 지도부든 누군가 박 의원을 키워주려는 게 눈에 보인다. 경남에 뚜렷한 친박계 리더가 없으니 박 의원을 점찍은 것 아니겠는가? 비록 초선이지만 재선인 박대출(진주 갑)·윤영석(양산 갑) 의원보다 나이도 많고 경륜도 풍부하다. 경남지역 맹주로 군림하는 홍 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홍 지사와 친박은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 아닌가?"

박 의원 측은 이런 시각을 부인한다. 친박·비박, 주류·비주류에 얽매이지 않는 균형 있는 모습, 당의 화합·단결을 위한 노력 등이 인정받은 결과라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무엇이 보수를 대변하는 한국당을 재건하고 국민을 진정 위하는 것인지만을 생각하며 당직에 임했다"고 말했다.

설득력이 없지 않다. 박 의원은 당 비대위원·초선의원 모임 간사를 역임하면서 친박 핵심 청산, 박근혜 당시 대통령 퇴진, 계파 해체 등 친박 주류와 거리가 먼 목소리를 자주 내왔다.

물론 그렇다고 홍 전 지사 쪽에 설 박 의원은 아니었다. 대선 때 그랬다. 박 의원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무죄로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홍 전 지사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나 친박계 한 주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제 한층 더 자명해졌다. 박 의원이 '홍준표 불가론'을 공식화한 이상 두 사람은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홍 전 지사는 당 대표가 되든 안 되든 도지사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충분하고, 박 의원 또한 출마 여지를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

설사 홍 전 지사가 불출마한다 하더라도, 이주영(창원 마산합포)·윤한홍(창원 마산회원) 한국당 의원 등 홍 전 지사 쪽 인사 다수가 도지사 후보군에 올라 있다. 박 의원으로서는 자신이 출마하든 안 하든 홍 전 지사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한 것이다.

박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야당으로서 앞으로 진로와 당의 당면한 목표에 부합하는 분이 한국당 대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 이미지를 바꾸고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헌신적인 새로운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전 지사는 오는 12일 경남·부산·울산 방문을 시작으로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당권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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