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인사들의 거침없는 거친 말 '민망'
잘잘못 따지고 짚되 정제된 언사 사용을

경북 안동시 서안동 IC에서 916번 국도를 따라 한참을 달리면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대죽마을에 다다른다. 9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뒷산에 올라서 보면 영락없는 키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을 왼쪽 끝단, 즉 916번 도로와 맞닿는 지점에 제법 널찍한 솔밭 언덕이 하나 있다. 그 청솔밭은 마치 송곳니를 허옇게 드러내고 짖어대는 길짐승의 주둥이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500여 년 전 어느 날, 탁발을 나온 스님 한 분이 마을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마을이 떠나갈 듯이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웠다. 스님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싸우는 소리를 경청했다.

"김 씨! 말 좀 똑바로 해! 입 찢어졌다고 나오는 대로 함부로 씨부렁거리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제. 너 잘난 척만 하고 다른 사람 흉이나 보는 그런 못된 버르장머리 어디다 써먹을래?"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며 좀체 화를 그칠 줄 몰랐다. 스님은 못들은 체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동네 한쪽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동네 젊은이들이 서로 고함을 지르며 싸움박질을 해댔다. 스님은 속으로 탄식을 하면서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에 들러 탁발을 했다. 그러고는 지나가는 말로 집주인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이 동네는 말로써 패망하게 생겼어. 좌청룡은 개의 아래턱 모습이고, 우백호는 위턱의 형세라 개가 마구 짖어대니 마을이 항상 시끄러울 수밖에…."

집주인은 집을 나서는 스님을 따라가 동네를 구할 비방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스님은 말없이 그저 목탁 끝으로 마을 끝자락 왼쪽 솔밭 가를 가리키고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며칠 후 집주인은 동네의 각 문중 대표들을 집으로 불러 모아 스님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 자리에서 집주인은 마을의 화평을 위해 특단의 방책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주민들은 논의 끝에 싸움의 씨앗이 되는 말들을 모아 각자 '말 지방(紙榜)'을 써오기로 결정했다. 그러고는 이를 개 주둥이처럼 생긴 솔밭에 묻었는데 이것이 바로 대죽마을의 '말 무덤', 즉 언총(言塚)이다. 말 무덤으로 가는 길에 있는 바위에는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를 마라'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새 정부의 각료 지명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연일 논란이다. 곳곳에서 거친 말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나 능력 검증은 마땅한 일이다. 관련 법에도 규정돼 있고 국민적 기대 또한 크다. 문제는 검증이라는 미명 하에 야당의원들의 후보자 망신주기, 인신공격성 언사, 성차별적 발언, 과도한 자료요구 등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예로 야당의 한 여성의원은 같은 여성인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를 두고 '여성이어서 외교장관은 안 된다'는 투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듣기 민망한 말이다. 또 제1야당 대표는 제2야당의 전 대표를 향해 '새 정부에 무슨 책을 잡혔느냐'고 힐책하는가 하면 총리 인준을 동의해준 제2야당을 두고 '사쿠라 정당' 운운하기도 했다.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이런 식의 거친 말을 쏟아내는 것은 모두 금도를 넘은 것이다. 친정부 성향 네티즌들의 '문자폭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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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사의 거친 말들은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정략적인 것임을 다 안다. 그러나 야당이 정부 비판만 한다고 해서 존재가 우뚝 서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현 정권이 과거 독재정권과 같은 정권이 아닌 담에야. 잘잘못에 대해 따지고 짚을 것은 그것대로 하되 좀 더 품격 있고 정제된 언사를 사용해야 한다. 정치권이 합심하여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거친 말들의 '말 무덤'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싶다. 결코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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