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가기 전 히말라야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 같은 게 있었다.

그게 무서워서 석 달이나 고민한 후에야 비행기를 탔다.

실제 히말라야에서 나는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었고 외길에서 성난 야크를 만났고 몇 번이나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 쪽으로 넘어졌다.

그때마다 여기가 내가 죽을 자리인가 하고 생각했다.

어쩐 일인지 나는 죽지 않았다. 도리어 삶은, 죽음의 언저리에서 느낀 그 두렵고도 강한 흥분, 살고 싶어하는 육체의 본능적인 안간힘 같은 충격적인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내게 다가왔다.

해발 4000m가 넘는 죽음의 땅에서 나는 무척이나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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