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양산서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용 밧줄을 자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음악소리를 둘러싼 사소한 다툼이 살인으로까지 확대된 이번 사건은 특정 개인이 저지른 일탈적 사건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개인적 불만을 사회적 증오로 둔갑하는 범죄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곤란하지 않으냐는 반문이 든다.

최근 들어 조금의 충격이나 자극에도 분노를 폭발하는 사람을 곧잘 본다. 개인적인 불만이나 불평을 사회적 혹은 정치적 혐오로 둔갑시키는 일은 물론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비상식적인 사건들을 특정 개인의 불안정한 정신이나 심리문제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그것보다는 상식을 벗어나는 엽기적인 사건들이 무엇 때문에 발생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문제가 있는 개인이 사회적 증오범죄를 저지르긴 하지만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베충'이란 역사적 사실관계의 왜곡을 바탕으로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특정 대상에게 사회적 조롱과 멸시를 보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바로 이런 행위는 기존의 도덕률을 무시하면서 개인적인 욕구나 요구만을 우선할 때 나온다. 내 맘에 안 들면 모든 걸 비난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반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반윤리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사회의 밑바닥을 살펴보아야 한다. 즉, 공동체에서 조금 못나고 잘난 사람이 있듯이 경쟁에서 지거나 이긴 사람 역시 공존하는 사회가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20년 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시장경쟁에서 승자와 패자를 엄혹하게 구분하는 데 익숙하다. 패자에겐 더 이상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고 승자는 모든 걸 취할 수 있는 걸 당연시하는 풍토가 실제로 있었다.

적폐청산이라는 말을 정치적인 수사로만 보아선 곤란하다.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적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행위의 뿌리에는 가족마저 해체하면서 철저하게 고립되고 원자화된 개인들이 방치된 사회적 현실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들에 대한 사회서비스 혹은 사회적 돌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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