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숫자만 많았지 정당 지지율이 겨우 한 자리 숫자에 머무는 당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인 줄 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양의 탈을 쓴 늑대보다 더 위험하고 무서운 건 바로 자신이 양인 줄 착각하는 늑대라는 말이다. 누군가를 꼭 집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일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혹시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아니면 어떤 일을 두고 그런 모습이 아니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나는 정치든 뭐든 극이라는 단어가 싫다. 더구나 극좌니 극우니 하는 말은 더 싫다. 오랜 세월 그런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온 터라 아무리 명분과 설득력이 있다고 해도 극단이 세상에 가져다주는 미덕은 없었으니까.

처지가 바뀌었기 때문에 여태까지의 긍정이 이제는 부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잘못되었다.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야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인데 마치 사지가 묶인 사람들 같다. 틀에 박힌 아전인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양의 탈을 쓴 늑대임이 분명하다. 요즘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 청문 당사자를 향해 칼날 검증이니 송곳 검증이니 하며 마치 후보자에게 큰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벼르지만 막상 청문회 당일에는 핵심을 비켜간 소리만 요란할 뿐, 청문 당사자 의혹에 대한 명확한 증거제시도 없고 후보자가 당황할 만큼의 수준 높은 질문도 없다. 설령 말처럼 송곳 같은 검증으로 후보자의 어느 한 부분 의혹을 벗겨 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머리를 끄덕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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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말대로 수많은 의혹만 안개처럼 퍼트렸다가 아무런 실체도 없이 당사자에 대한 겁주기나 공허한 말만 난무하는 실속 없는 청문회를 이제 더는 보기 싫다. 요즘 국민의 의식 수준은 청문위원의 생각을 앞선 지 이미 오래다. 중요한 것은 그들만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야가 편 가르기를 하듯 청문회장에서 오가는 말을 보면 같은 일을 두고도 각 당의 처지와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이 어쩌면 저리도 다를까 싶다. 중요한 것은 국민은 그것이 어떤 의도인지, 무엇 때문인지, 빤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항상 뒷북치는 지도자, 잘못된 결정을 하고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따라가는 지도자가 많은 사회는 앞날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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