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지급·디지털 분석 증거…피해자 "윗선지시 의혹 남아"

LG전자 '협력업체 죽이기 청부 소송'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공모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협력업체 죽이기를 위해 LG전자 간부가 다른 협력업체를 동원해 청부 소송을 기획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3단독(최지아 판사)은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LG전자 ㄱ(45) 전 부장에게 유죄를 인정해 지난 13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기미수와 특수절도 등으로 함께 기소된 협력업체 ㄴ(57) 대표에게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했다.

이들은 협력업체 대표였던 강현우(48) 씨를 상대로 실제 받을 미지급 대금보다 더 많은 채권이 있는 것처럼 속여 ㄷ 씨와 공모해 허위 민사소송을 제기한 혐의(사기미수)로 기소됐다.

강 씨가 법적 투쟁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강 씨는 LG전자 창원공장 1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다 거래중단을 당하면서 파산하자 이후 LG전자를 상대로 물품 대위변제 문제제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했다.

이에 ㄱ 전 부장 등은 강 씨를 무너뜨리려고 다른 협력업체 운영자 ㄷ 씨를 내세워 2억 2500여만 원 물품대금·임가공료를 받을 게 있다며 강 씨를 상대로 지난 2009년 허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강 씨가 증거자료를 내놓으면서 불발에 그쳤다. ㄷ 씨만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2년 처벌을 받았다. 이후 ㄷ 씨는 ㄱ 전 부장이 기획했고 공모한 일이라는 양심선언을 했었다.

그러나 ㄱ 전 부장은 청부 소송에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만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법원은 "배임액 가운데 일부 협력업체 사장을 상대로 제기된 각종 고소·소송 등과 관련한 비용으로 사용되는 등 소위 '협력업체 죽이기'에 ㄱ 씨가 가담한 정황이 엿보인다"고 했었다.

허위 민사소송과 관련해 ㄱ·ㄴ 씨도 이번에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협력업체 죽이기 청부 소송 '개입 의혹'에서 '조직적인 공모'를 했다는 것인 확인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이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남도민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ㄴ 씨 운영 회사가 지급 △컴퓨터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ㄱ 씨가 강 씨 상대 민사소송을 알고 있었던 점 △ㄱ 씨가 ㄷ 씨에게 미지급 물품대금이 5000만 원인데 2억여 원을 추가로 지급해 업무상배임죄 처벌을 받은 점 △LG전자가 본인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이 2억 원 이상이라는 근거를 남기고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는 ㄷ 씨 진술 등을 근거로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판절차에서 법원을 속여 소송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그 죄질이 나쁘고, 강 씨에 대한 고소·고발 과정에서 이뤄진 범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을 지켜본 강 씨는 경찰·검찰에서 수차례 무혐의 처분을 했던 것이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LG전자 간부가 청부소송을 기획·공모한 것은 인정됐지만 LG전자가 지시했다는 주장은 의혹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강 씨는 "9년을 싸웠다. 나를 범죄자로 몰기도 하더라. 마산동부경찰서 양심 있는 경찰이 노력해 이 정도라도 밝혀졌다"며 "전국단위 LG 피해자 업체모임이 최근 결성됐다.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본 억울함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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