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사소한 일상 돌보는 정책
대형사업보다 더 큰 만족 주기도

한때 아기 주민등록증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법적인 효력도 없고 공식적인 신분증도 아니지만 젊은 부모들로부터 꽤 호응을 얻었다. 2011년 광주광역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병원을 찾은 주민이 아이의 주민등록번호를 몰라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지금도 DNA 정보를 담은 형태로 발전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특수시책으로 각광받고 있고, 이를 만들어주는 전문사이트도 여러 곳 생겨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중요했지만 필자 생각엔 조금의 발품과 감성을 이끌어 낸 것이 핵심이었다.

최근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 '콰이강의 다리' 입구에 서 있는 느린 우체통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주남호 전망대와 창원의 집, 그리고 창동예술촌에 이어 창원에서는 네 번째로 들어섰지만 잊고 있었던 추억과 감성을 깨우는 아이템이다 보니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콰이강의 다리 느린 우체통은 함께 들어선 스카이워크가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는 것에 영향을 받아 매주 1500통에 가까운 우편물이 쌓인다고 한다. 이 또한 담당자가 시청과 거리만큼만 발품을 팔면 큰 예산이 들어간 시책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무실에 보관 중인 스크린과 노트북, 빔프로젝터, 스피커, 그리고 영화 DVD를 들고 경로당 등을 찾아 영화를 상영하는 찾아가는 영화관, 재능기부를 원하는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주민들로부터 사연을 받고 직접 찾아가 위로해 드리는 한 사람을 위한 작은 음악회, 좋은 책을 읽기만 하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다는 것은 거의 꿈에 가깝다는 것에 착안해 인생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주는 자서전 만들기 사업 등 전국 곳곳에서는 조금의 노력을 더해 주민 감성을 이끌어내는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

일선에서 중요시되는 것 중 하나인 현장행정도 같은 맥락이다. 이 또한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자 발품을 파는 것이다. 대형 프로젝트는 투입된 비용에 비해 한정된 수혜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는 반면에 이면도로 환경을 가꾸는 것에서부터 주민이 불편하게 여기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챙기는 현장행정은 주민만족도가 전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때도 많이 있다.

익숙해져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사소한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조금만 변화해도 대부분 밀어내고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그 크기가 작을지는 모르지만 혁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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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고정관념을 깨는 정책들은 상반된 반응을 나타낸다. 정책 입안자가 생각했던 기대보다 더욱 큰 호응을 얻을 수도 있고, 변화를 싫어하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 비추어볼 때 시민으로서 펼친 발상의 전환은 시민에게 또 다른 만족도를 선사할 수도 있다.

세상 사람이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고 관심사가 다른 만큼 작은 것임에도 큰 만족으로 다가갔던 경험을 수없이 겪은 바 있다. 수많은 외래 관광객들, 늘 인파로 붐비며 호평 일색인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더해서 부담되지 않을 만큼의 발품으로 주민들 감성을 이끌어내는 정책도 시정이 주민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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