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잔치·골프 술접대 벌인 사법부
자정기능 잃었으니 외부에서 개입해야

현직 부장판사가 피의자로부터 술접대와 골프 향응을 받고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를 법치국가로 부르지 않는다. 더구나 검찰이 그런 비위 부정 사실을 알고 대법원에 통보했지만 '통보받았다, 못 받았다' 거짓말 언쟁을 하다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대법원이 군림하는 사회는 사법부가 죽은 사회다.

지난해 새롭게 도입된 청탁금지법 시행과 함께 이에 앞장서야 할 검찰과 법무부는 거꾸로 '돈 봉투 잔치'를 벌였다. 최근 청와대의 감찰 지시로 부정한 현찰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탁금지법은 100만 원 이상일 경우 돈 봉투의 성격을 묻지 않고 처벌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법부가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이 사건은 잘 보여주고 있다.

돈 봉투 사건이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졌을 때 법무부의 공식반응은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였다. 거꾸로 언론에 제보한 내부색출자를 가려내려고 혈안이 됐었다. 진상조사나 사과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뒤늦게 청와대의 감찰 지시가 나오고 나서야 감찰팀을 꾸릴 정도로 감찰 기능도 자정기능도 마비된 조직이다. 결과는 검찰국장·검사장급 검사가 면직되고 청탁금지법으로 정식 수사를 받아야 할 사안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뒤늦게 드러난 부장판사의 골프와 술접대 향응도 사법부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에 불과하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대법원장 직속 법원행정처가 골프 및 룸살롱 접대를 받은 현직 부장판사의 비위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징계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해, 당사자가 무사히 변호사 개업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현직 부장판사의 일탈행위로 법과 법관의 신뢰가 무너졌지만 그 최고책임자격인 대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미온적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이 적발한 부장판사의 부정 비위 행위는 상습적이고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5년 5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조사 중이던 건설업자 정아무개 씨가 당시 부산고법 문아무개 부장판사와 유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문 판사는 2011~2015년 정 씨한테서 15차례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정 씨가 체포되기 하루 전 사무실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 문 판사가 동석하고, 정 씨 체포를 전후해 두 사람이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했다. 특히 정 씨가 체포되기 직전인 5월 8일 밤 문 판사는 정 씨, 정 씨 변호인 고아무개 씨와 함께 룸살롱에 가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로 부장판사와 피의자가 유착돼 있다 보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거듭 기각됐다고 한다. 이렇게 정의가 무너지고 법이 유린당하는 현실을 검찰이 대법원에 어떤 식으로 알리고 대법원은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지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서로 주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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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그런 부장판사가 아무 문제없이 재판하고 변호사 개업하도록 2년여 동안 검찰도 대법원도 해야 할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고도 사법부 신뢰를 기대한다면 언어도단 아니겠나.

사법부는 자정기능을 상실한 오만한 집단으로 전락했다. 감찰도 스스로 나서지 못할 정도로 윤리관이 무너진 조직에 대해 청와대가 나서야 할 것 같다. 돈 봉투 사건처럼 향응 부장판사에 대한 감찰 혹은 정식 수사를 하게 되면 그 부정과 비리가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다. 시대의 적폐를 스스로 청산하지 않으면 외부에서라도 강제해야 한다. 그래야, 윤리가 회복되고 자정기능을 찾게 되고 사법부가 정신을 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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