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는 '연암'이라는 명칭이 붙은 곳이 있다. 연암은 오늘날 LG그룹을 일군 고 구인회 회장의 호다. 연암 구인회는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났고, 진주에서 구인회상점을 설립해 포목상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LG그룹은 일찍이 진주시립도서관인 '연암도서관'을 건립해 진주시에 기부채납했으며, 인재양성을 위해서 제2의 포항공대 같은 연구중심 대학을 만들고자 연암공과대학을 진주에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유독 진주에 관심을 둔 것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빚을 갚고 싶은 맘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개인이나 기업이 사회에서 성공을 하면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 뭔가를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기부를 금전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마련해 일명 고향세를 2008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고향세는 도시민이 납세자가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선택해 기부하면 기부금액의 일정액까지 소득세(국세)와 주민세(지세)를 전액 공제해 주는 제도이다. 쉽게 예를 든다면 정치자금기부금을 납부하면 납부자에 대하여 연말정산을 하는 경우 일정금액에 대해서는 전액 세액공제가 되는 원리와 같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적으로 수도권에 몰릴 수밖에 없는 세금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고향세이다. 일본은 고향세 도입 이후 2008년에 8326억 원이 2015년에는 20배가 넘는 약 1조 7000억 원이 들어왔다. 몇몇 지자체는 자체 수입보다 고향세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30여 년 전만 해도 전체의 70%가 농어촌 인구였으나 현재는 7%도 못 미치고 있다. 고향세는 이처럼 도농 간 인구·소득 격차가 심화되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고, 납세자에게는 농촌에서 자라고 대도시로 나온 도시민이 성장기를 보낸 지역에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고향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사실 고향세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논의돼왔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돌리는 공약을 내놨다. 2010년에는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 공약으로 향토발전세 신설을 검토하다 수도권 지자체들의 반발로 폐기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광역자치단체 의회에서 도입 건의안을 채택하거나, 각종 지역경제포럼에서도 이러한 제도 도입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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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방재정구조는 국세와 지방세 간 수입 비중이 80 : 20인데 국가와 지방 간 재정지출 비율은 60 : 40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 적은데 재정지출이 많다는 것은 재정지출 대부분을 국가에 의존한다는 의미이며, 지역에 맞는 독자적인 사업을 실현하기 어렵게 만든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체 재원이 적기 때문에 지방정부 대부분은 지출재원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이전받는 재원을 최소화하고 자체재원 확보를 통해 지역에 맞는 정책을 실현해 나아가야 진정한 지방자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향세 도입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와 함께 납부자에게 납부금액의 일부금액에 대해서는 일본과 같이 자기 고향의 특산품으로 돌려준다면 농축산물 소비확대, 농어가 소득증대, 일자리 창출 등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이바지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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