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기업 미래 먹을거리 뭘 준비하나] (5) LG전자-가전을 중심으로
창원공장, 냉장고·세탁기 등 생산…연구원 1500명 R&D센터 곧 개소
'라이프 스타일 맞춤'제품 개발
기술 혁신에 투자·마케팅 지속

서울일간지와 경제지, 방송, 지역일간지 기자들이 지난달 31일 LG전자 창원공장을 찾았을 때 김영수(전무) LG전자 어플라이언스 연구소장은 "가전은 이제 제품이 아닌 공간 솔루션"이라며 "공간 활용에 대한 해석이 가전의 으뜸 콘셉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 소장은 또한 "2020년께는 놀라운 수준의 인공지능(AI)이 적용된 가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소장 발언은 LG전자 가전이 어떤 미래를 향해 가는지 가늠해볼 만한 핵심 열쇳말이었다.

◇한 해 매출 55조여 원, 가전만 17조 2342억 원 = LG전자는 지난해 기준 한 해 매출 55조 원이 넘는 거대 기업이다. LG전자를 제외한 창원지역 최대 매출 기업인 현대위아의 지난해 매출액이 국외 공장을 포함해 7조 5894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LG전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LG전자가 사물인터넷을 연동해 지난해 10월 선보인 스마트 전구, 스마트 플러그, 모션센서. 이 기기들은 LG 스마트홈 서비스인 스마트씽큐(SmartThinQ™)와 연동해 작동한다. /LG전자

이렇다 보니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자 LG전자는 사업 부문(Business part)별로 4개 사업본부를 따로 뒀다. 창원에 생산공장(1·2공장)과 사업본부가 있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본부는 냉장고·세탁기·건조기·스타일러·가정용 에어컨·상업용 에어컨·전자레인지·청소기·정수기 등 가전을 주로 만든다. HE(Home Entertainment)는 TV·모니터·PC·오디오·비디오 등을 생산한다. 또 'G6'를 비롯한 스마트폰 등 이동단말기를 만드는 MC(Mobile Communications)와 자동차 전장 부품을 만드는 VC(Vehicle Components) 등으로 크게 나뉜다. 관계사인 엘지디스플레이와 그 종속기업 이노텍은 OLED, 디스플레이와 네트워크, 기판소재, Optics Solution, Auto & Motor 등을 생산한다.

LG전자의 이 모든 사업 부문을 다루기는 쉽지 않은 만큼 창원에 사업본부와 핵심 생산 공장을 둔 H&A 사업본부(지난해 매출 17조 2342억 원, 영업이익 1조 3344억 원)가 그리는 'LG 가전의 미래'에 초점을 맞춰본다.

우선 지난달 말 준공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개소를 눈앞에 둔 창원 R&D(연구개발) 센터는 LG 가전 미래의 심장부다. 이 센터는 연면적 5만 1810㎡(1만 7500평)에 지상 20층·지하 2층 규모(높이 105m)로 창원국가산단 내 최대 기업 연구시설이다. 냉장고연구소·가전부품 관련 연구소가 들어서고 연구원만 1500명 이상이 연구개발에 힘쓰며 창원산단 R&D 지도를 바꿀 예정이다.

LG전자 창원공장 R&D(연구개발)센터. 지난달 말 준공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개소를 눈앞에 둔 창원 R&D센터는 LG 가전 미래의 심장부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가전은 제품이 아닌 공간 솔루션" = 지난달 31일 세탁기와 건조기 공장을 둘러보기 전 김영수 어플라이언스 연구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을 더 살펴보자.

김 소장은 "세탁기를 세탁기로만 보고, 건조기를 건조기로만 보면 기술 발전은 한계가 있다"며 "제품이 아닌 공간으로 미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간에서 고객 행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면 특정 제품에 초점을 맞춘 기술이 아니라 공간 솔루션이 나올 것이다. 세탁·탈수·건조·세탁 관리에 이르기까지 세탁시스템 종합 솔루션을 만들겠다"며 "스타일러나 히트펌프 적용 건조기 역시 주거 트렌드 분석으로 태어난 제품이다. 주방·세탁 공간을 잘 설계한 아파트가 분양에 성공한 예와 같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이하 IoT, Internet of Things)이 결합해 빨래를 세탁기에 집어넣기만 해도 알아서 옷감을 파악하고 세탁 모드를 선택해 빨래를 해주고 심지어 세탁 관리 기능이 등장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김 소장의 이런 공간 얘기는 맞춤형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LG 시그니처(LG SIGNATURE)'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탄생과도 맞물린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선보인 LG전자가 개발한 가정용 허브 로봇. /LG전자

이렇듯 LG전자는 과거 가전에서 세탁, 다림질, 설거지 등 시간 단축에 기반을 둔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해방에 초점을 맞춰 제품 기능 향상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현대인의 주거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공간' 개념에 기반을 두고 가전을 만든다. 가전의 주목할 만한 개념 변화이자 진화로 LG전자는 이를 선도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스마트 홈에서 Iot·인공지능·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 예고 = 국내 4차 산업혁명 논의는 스마트 공장화로 생산 효율성 제고, 친환경(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자율주행 자동차 이슈에 머물고 있지만 LG전자 변화 속도를 보면 오히려 가전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LG 가전의 산증인' 조성진 현 LG전자 CEO(부회장)가 지난해 12월 초 취임하면서 강조한 부분을 살펴보면 이런 변화 감지는 어렵지 않다. 조 부회장은 취임 직후 스마트 가전에서부터 딥 러닝, 인공지능 등이 가능한 생활로봇에 이르는 스마트 홈 로드맵을 바탕으로 스마트 홈 관련 조직을 대폭 키우고, 인공지능 개발 전담 조직도 마련했다.

실제 LG전자는 지난 1일 자로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책임자) 부문에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선행연구소를 신설했다. 그동안 음성·영상·센서 인식 등을 연구해 온 인텔리전스연구소를 각각 '인공지능' 전담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전담 로봇 선행연구소로 분리해 확대·개편했다.

두 연구소는 CEO 직속의 '클라우드센터'와 H&A 사업본부에 속한 'H&A 스마트솔루션BD(Business Division)' 등과 협력해 인공지능 가전·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H&A 스마트솔루션BD'는 인공지능, IoT, 로봇 등과 연관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한다.

또한, 송대현(사장) LG전자 H&A 사업본부장이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제품 전시회 'CES 2017'에서 한 발언은 'LG 가전 미래'를 더 압축해 보여줬다.

송 사장은 "홈 IoT와 로봇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을 철저히 준비하는 한편, 프리미엄 브랜드와 혁신 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마케팅으로 LG전자 생활가전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런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출시하는 모든 가전제품에 무선인터넷을 지원해 생활가전의 IoT화 속도를 높이고, 독자 개발한 딥 러닝 기술인 '딥씽큐(DeepThinQ™)'를 탑재한 스마트 가전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올해 CES에서 공항안내 로봇과 가정용 허브 로봇을 선보이며 생활로봇 시장을 선도하고자 한다. 지난해 초에는 IoT·로봇 기술로 '시니어 케어' 시장에 진출하고자 프리미엄 시니어타운인 '더 클래식 500'과 시니어 제품·서비스 공동 개발 협약(MOU)을 체결했다.

생산공정 혁신도 뒤따를 전망이다. LG전자는 창원 1공장을 점차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해 생산 효율을 한층 높이려는 계획을 세워 투자 관련 내부 논의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