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 1인 가구 수는 약 520만 명이라고 한다. 전체 가구의 약 27.2%를 차지하는 숫자다. 가족 해체·고령화·도시화로 1인 가구는 증가 추세다.

오는 2020년까지 1인 가구 비율이 30%까지 치솟을 전망이라고 한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소비행태를 일컬어 '솔로 이코노미'라 부른다. 나와 내가 마주앉는 혼자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방영된 TV드라마 <혼술남녀>에서 여자 주인공은 혼자 술을 마시는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힘든 날 진심으로 위로해 줄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씁쓸한 이야기지만 드라마 속 눈물 어린 혼술 에피소드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모두 지쳐 있고 보듬어 주기엔 여유가 없다. 혼술족과 혼술 문화는 나날이 부흥하고 있다. 입시전쟁과 취업난에 청춘의 설움이 숨어 있고, 노후의 빈곤과 외로움으로 노인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공감과 소통을 통해서 살아가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추구해 나간다. 인간의 가치회복을 깨닫고 실천하려면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는 정서적 안정감과 풍요로움을 주기 위해, 노년기에는 고독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간 내면의 예술적 감성을 살려야 한다. 예술활동을 통한 사회 참여 기회를 높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공감과 소통을 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본다.

자살 심리와 우울증을 이해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영화가 <여인의 향기>이다. 영화 속 주인공 프랭크(알파치노)의 멋진 탱고 장면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이기도 하다. 프랭크는 여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탱고는 인생과 달리 단순하죠. 만약 실수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탱고는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춤이며,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울 수 있는 춤이다. 상대방의 심장과 심장이 맞닿아 호흡과 마음이 교류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춤이다.

탱고는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를 담아냄으로써 고된 삶의 치유제가 되고, 잠시 고달픔을 잊을 수 있는 춤이며, 서로의 에너지를 따뜻한 아브라소(포옹)를 통해 주고받는 춤이다. 또한 교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춤이며, 배려가 무엇인지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춤이다.

아르헨티나 탱고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단순한 놀이 문화인 동시에 인생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표현하는 미의식이 내포된 춤이다. 탱고는 스스로 힘의 균형을 잡고 상대를 배려하게 되는 과정이 인생과 같다.

탱고의 예술적 감성으로 사회적 문제에 접근해 보는 방법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도 모 박사학위 논문에 의하면 탱고는 신체적 접촉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원활한 유대 관계를 조성하며 생활에 활력을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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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즉각적인 소통을 위한 몰입으로 교감과 일체감을 경험하고 음악을 통한 회상이나 감정 이입이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탱고는 심신의 조화로운 건강과 행복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춤이라고 할 수 있다.

창원시에서는 창동예술학교, 골목여행 문화아카데미를 개강하고, 오동동 문화광장 야외 밀롱가 공연 등을 통해 창원시민이 다양하고 쉽게 탱고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창원시민의 많은 탱고 사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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