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모 병원 물의
양산지역 노조 "환자 노동력 착쥐" 폭로
병원 "활동요법 일환, 개선할 것"

경남 양산에 있는 한 병원이 입원환자들에게 25년간 청소, 세탁, 배식, 간병을 시키고 임금은 푼돈을 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모 병원지부는 22일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설립 이후 현재까지 입원환자에게 노동을 강요하고 하루 일당으로 1천600∼5천500원(추정치)가량을 지급했다고 폭로했다.

노조는 중증 환자 간병을 시키며 일당으로 1천666∼3천333원, 복도와 화장실 청소 각 2천933원, 식당 청소 2천200원, 식당 배식 5천500원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노동에 나선 환자는 20여 명으로 파악됐다. 이 병원은 1989년 개원했다.

노조는 병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환자 노동력 착취와 임금 착취에 대한 조사를 하루빨리 실시할 것을 경찰과 노동청, 시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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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내 한 세탁소. / 연합뉴스

노조는 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여자 환자에 대한 남자 직원의 성희롱·성추행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병원 측이 의혹 규명 없이 사건을 덮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중순 후진국 전염 피부병인 옴 환자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도 또다시 입원환자가 옴 확진을 받았지만, 미온적인 대처를 취했다고도 노조는 강조했다.

이 병원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병원에 수차례 시정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병원의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처사에 대해 관계 당국에 진정과 고발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병원 측은 노조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도 환자에게 노동을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이날 노조 폭로에 이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입원환자에게 시킨 일은 이른바 '활동요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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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경남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지역 내 모 병원 노조가 병원 측의 입원 환자 노동력 착취 등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또 이 활동요법을 하기 전에 의사 처방이 있었고 보호자에게도 알렸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 행정원장은 "환자에게 지급한 일당이 최저임금에 분명히 밑도는 것이 맞고 25년간 관행처럼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병원 측은 앞으로 환자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7월부터 외부 인력을 투입하겠다며 뒤늦게 개선안을 제시했다.

노조 측이 주장한 병원 직원의 여자 환자 성추행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의혹 당사자가 결백을 주장해 사직 처리하면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또 잇따른 전염 피부병인 옴 발생 건은 현재 환자가 1명이며 병원 전체 소독작업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병원 행정원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거듭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병원 업무를 지도 감독해야 할 양산보건소는 더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보건소는 "환자들에게 노동을 시킨 점은 몰랐고 작업치료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며 "전염 피부병인 옴 발생도 노조 폭로로 알게 됐다"며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섰다.

/연합뉴스 = 최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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