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아니요'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됨
그것이 곧 공직자의 가장 큰 능력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했지만 적폐 청산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80% 이상의 경이로운 지지율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인사 문제에 제동이 걸리면서 낙마한 사람도 있고, 야권의 반대에도 밀어붙이고 하지만 정말 답답합니다.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어찌 그리 사람이 없는가, 뭐가 그리 급한가, 지지율이 높다고 무리해도 되는가 등 할 말이 많겠지만 제가 문제 삼으려고 하는 것은 '사람됨'입니다.

인사는 능력도 있고 됨됨이도 괜찮은 사람이라야 최상이지만 이 둘을 다 갖추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능력이 있다 싶으면 됨이 부족하고, 사람이 되었다 싶으면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인사가 아무리 만사라 하더라도 최선일 수 없고, 차선이라도 최선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하고,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대화로 길을 찾아야지 급하다고 무리하려고 한다면 결국 발목이 잡히고 말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함께 초고속사회로 진입하면서 마치 사람의 능력이 사람됨보다 우선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람이 근본인 한 능력이 사람됨보다 앞서는 것이 절망이라도 사람됨이 살아 있는 사회는 오히려 희망입니다. 그래서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이고 사람됨인데, 특히 나라의 부름을 받고 공직을 수행해야 할 사람이라면 능력 이전에 사람됨에 대한 예민함이 살아 있어야 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 의지보다 자기 검증을 통한 성숙한 자기 결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고 능력이라면 최소한 이런 능력을 말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부름은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보통사람으로서는 꿈도 못 꿀 이야기이지만 저의 바람은 '예'라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국민의 종이 되라는 부름인데 이 일에 사람들이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지 고사하는 것을 비정상적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가끔 개꿈인지 몰라도 지자체는 물론이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조차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쩔쩔매다가 깨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이런 나라가 어디에도 없겠지만 저는 이런 나라가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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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 마태복음 5장 37절에서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하라. 그 이상은 악"이라고 한 것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분명히 하라는 말이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는 말과 다르지 않을 텐데 이 말씀에 민감한 것이 인간됨의 출발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됨보다는 능력을 요구하는 세상으로 가속화하면서 길이 아닌 것이 길이 되고, '예와 아니요'조차도 불분명한 것이 되어 버렸지만, 인사에서만이라도 '예와 아니요'를 분명하게 할 수 있는 사람됨이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국민도 더 이상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고, 사람 냄새 나는 나라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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