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하자] (3) 중앙 의존성 극복부터
'세금·환경'생활민원 대응 열악 지역인재 육성 퇴보 등 문제점
공무원 업무 '80%'국가사무'자체 권한 키워 변화 모색해야

지방분권시대는 두 축으로 준비해야 한다. 헌법 개정과 지방자치법 개정은 중앙정부와 국회 몫이다. 실질적 주민자치 집행은 지방과 지역민 몫이다. 지방자치 본질인 주민주권, 주민자치 주체로서 지역민 준비 정도는 어떨까? 특히 지역민이 극복해야 할 한계점 중심으로 이를 알아봤다.

◇"지방자치를 왜 해?" = 지역민 스스로 이런 말을 한다. '박정희 개발독재'를 추억하는 기성세대 중에서 특히 더 그렇다. "도대체 왜 지방자치가 필요하나?" "강력한 중앙집권을 해야 나라가 어지럽지 않고 안정이 되지."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지난해 11월 도청 출입기자 간담회 때 자치단체장 입장에서 거침없이 드러냈던 '중앙집중' 관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나라 안팎을 봐라. 나라 안은 정치대란, 사회대란, 경제대란을 겪고 있다. 나라 밖을 보자. 북한은 핵개발로 북핵대란을 일으킬 참이다. 중국과 미국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사드대란을 겪었다. 그런데 무슨 지방분권, 지방자치냐? 강력한 중앙집권으로 맞서야 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과 개혁 과제'에서 "이 좁은 나라에서 왜 지방자치인가"라고 묻는 이들에게 답한다.

"과거 경제 성장기 한국사회 주요 의제는 경제계획, 성장, 국토개발 등이었다. 발전주의 시대 국가는 관료지배적 중앙집권을 통해 희소자원을 총동원, 경제성장에 쏟아 부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매우 다른 환경에 놓였다. 지금은 민주, 자유, 경제성장, 국토개발 등과 같은 이슈의 중요성은 약화되었다. 이제는 실제 삶과 관련된 교육, 고용, 주택, 세금, 환경 등과 같은 이슈가 부각됐다. 이런 현장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할 때 중앙정부 혹은 국가의 수준은 너무 멀고 비효율적인 것이 되었다."

◇지역인재 'in 서울' 당연시 = 지역민들이 중앙에 가지는 감정은 콤플렉스 수준을 넘어 종속 수준이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대한민국 모든 것이 몰려 있다. 인구의 50%, 100대 기업 본사의 95%, 전국 20대 대학의 80%, 의료기관의 5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적은 취직 기회, 낮은 보수, 정치적·문화적 소외를 호소하면서 부모나 학교나 아이에게 'in 서울'을 주입한다. 초중등 교육 자체가 중앙집권적 형태다. 지방자치 성격을 갖지 못하고 전국 차원의 교육행정·입시경쟁 형태를 띠고 있다. 전국 차원으로 성적서열이 매겨지고 상위권은 당연히 서울로 진출하는 것으로 여긴다. 지방대학은 지방인재 육성기관으로서 보다는 전국 차원의 대학생 수요 분담 정도의 기능을 한다. 지방공무원 육성도 그렇다. 지방행정기관 인재육성 기능이나 지방자치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못한다.

◇지방공무원부터 의존적 =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를 선도할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이 오히려 더 중앙 의존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에 앞서 제시된 현실이 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려면 지방에 일과 돈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지방 공무원들은 어떤 업무를 할까? 우리나라 총 사무 중 80%가 국가사무다. 나머지 20%가 지방사무다. 그것도 국가나 기관에서 위임한 사무가 60%를 넘는다. 그 나머지 쥐꼬리처럼 남는 게 자치사무다."

"지방공무원들이 그렇게 국가와 기관에서 위임된 사무를 주로 보기 때문에 예산권·기획권 같은 권한이 주어질 리 없다. 그렇다 보니 공무원들의 사무 인식도 안이하다. 내가 하는 일이 국가사무인지 위임사무인지 자치사무인지 관심 없다. 그것이 국가사무든 자치사무든 중요하게 생각 안 한다. '어차피 일인데 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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